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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교수의 세계음식문화기행(42)

농산물 풍부하고 '신맛' 즐기는 루마니아

■음식문화 개요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는 불가리아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날씨는 겨울이 춥고 여름은 대단히 무덥다. 그러나, 땅이 비옥하여 적은 노력을 하고도 많은 수확을 내기 때문에 농산물이 풍부하다. 

루마니아는 로마의 문화와 루마니아 정교회의 영향, 외지인들의 지배를 거치면서 특별한 정체성이 남아 있지는 않고, 음식 문화 역시 정체성이 없다고들 한다. 음식은 슬라브족의 전통과 터키식이 혼합된 형태로 볼 수 있겠다.  


■음식문화의 특징

다른 여느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루마니아의 주식은 빵이다. 옥수수 죽도 많이 먹는다.

루마니아 음식 맛의 가장 큰 특징은 신맛이다. 거의 모든 루마니아 음식에 식초가 양념으로 첨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러 종류의 국(Ciorba)에는 예외 없이 신맛이 가미된다. 신선한 야채를 모아 놓은 샐러드(salata)에도 식초가 빠지지 않으며, 사워크림도 여러 음식에 사용하여 많이 먹는다.

육류는 통째로 불에 직접 굽거나 석쇠에 구워낸 돼지고기나 송아지 고기를 좋아한다. 간, 콩팥, 허파, 뇌 등의 내장도 구워서 잘 먹는다. 오리, 닭, 조수류 등도 가끔씩 조리해서 먹는다. 흑해나 다뉴브강, 기타 작은 강에서 잡은 생선을 구워 먹거나 끓여 수프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유제품은 주로 양젖이나 염소젖으로 만든다. 치즈는 경질이면서 향이 강한 것이나 연질을 생산하는데, 향이 강한 것은 블랙올리브와 함께 애피타이저로 먹기도 한다. 

루마니아인들은 여러 축제일을 지키는데 씨뿌리기 축제일, 추수감사절, 양치는 날, 밀크 페스티방, 와인 페스티벌 등은 그들의 생활과 식품 생산과 깊은 관계가 있는 날들이다. 이런 날들에는 전통적으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좋은 음식과 와인을 마신다.

루마니아만의 특징을 지닌 대표적 음식은 내장국(ciorba de burta)과 포도잎 만두(sarmale)를 꼽을 수 있다.

치오르버 데 부르떠는 소 내장을 잘 다듬어 하얀 생크림과 식초 비슷한 발효액을 넣고 끊인 찌게나 국 종류다. 치오르버는 같은 국 종류이면서 스프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하는데 스프는 신맛이 없는 국을, 치오르버는 신맛이 강한 국을 지칭한다.

특히 치오르버 데 부르떠는 절인 고추(오이지 비슷하게 절여놓은 고추)와 먹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느끼한듯하면서도 구수한 소 내장을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인데다가 알싸하게 절인 고추를 이빨로 잘게 씹어주면 입안이 시원해진다. 

또 생크림을 섞어서 우윳빛이 돌지만 조금은 신맛이 감도는 국물 한 수저는 뱃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치오르버 데 부르떠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해장국 같은 음식이다. 

사르말레는 원래 크리스마스이브에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아닐 때에도 종종 먹는다. 다진 고기에 쌀(우리나라의 밥처럼 된다)을 섞어 속을 만들고 겉을 포도 잎으로 싸서 쪄낸다. 

사르말레 역시 속은 식초와 소금으로 양념을 했다. 겉을 할 포도 잎을 구하기 힘들면 양배추 잎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정통 사르말레라고는 할 수 없다. 생긴 것은 우리나라 만두보다는 조금 크지만 속을 겉으로 싸서 만든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귀한 음식이라서 큰 명절이나 중요한 손님이 올 때 가끔 내 놓는다. 

머멀리거(Mamaliga)도 루마니아 음식 얘기를 하면서 빼 놓지 말아야 할 음식 중의 하나이다. 루마니아의 웬만한 시골집에서는 머멀리거를 주식처럼 먹는데, 일종의 옥수수 죽이다.

루마니아의 유명한 술로는 우리나라의 소주와 비슷한 쭈이거와 트란살비아 지방의 빨링거, 포도주 등이 있다.


■대표적인 요리

‘기베치우(야채스튜)’

△재료:굵은파(1뿌리), 양파(1개), 당근, 감자, 호박(1/2개), 붉은 고추(2개), 콜리플라워(100g), 소금, 후춧가루(조금씩), 버터(2큰술), 밀가루(4큰술) 토마토케첩(6큰술) 육수(4컵) 

△만드는 방법

1. 냄비에 5㎝ 길이로 썬 굵은 파, 큼직하게 썬 양파 1/4개를 넣고 물을 부어 푹 삶는다. 

2. 당근, 감자, 호박은 밤톨 크기로 썰고 피망, 붉은 고추, 양파, 콜리플라워도 같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 

3. 호박, 콜리플라워는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각각 데쳐 찬물에 식혀 건진다. 

4. 냄비에 한입크기로 썬 삶은 당근, 양파, 붉은 고추, 콜리플라워를 한데 넣고 브라운소스를 따로 만들어 부어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다.

5. 재료가 한소끔 끓으면 불을 약하게 조절하여 모든 재료가 속까지 익도록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 준다.

6. 끓이는 도중에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고 국물이 반 정도 줄면 호박과 피망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뒤 불에서 내린다.

7. 브라운소스는 팬에 버터를 두르고 밀가루를 넣어 갈색이 날 때까지 고루 저으면서 갈색루를 만든다. 

8. 토마토케첩을 조금 넣고 섞이면 육수를 4컵 정도 부어 멍울지지 않게 잘 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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