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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급식의 중심에 서는 군 장병급식을 기대하며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급식학회 회장)

우리나라의 공공급식은 원조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근 15년 교수직을 했던 필자는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전 세계에서 최상의 품질임을 자부한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취약계층인 영유아 급식과 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 급식에 대한 관심과 정책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군급식은 지난 몇 년간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장병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된 이후 격리 장병을 대상으로 제공된 부실 도시락에 대한 제보가 시발점이 되어, 식재료, 조리인력의 문제점이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장병 급식은 건강한 먹거리와 자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국민의 핵심 관심사가 되었다.


2021년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하며 국방부는 이전부터 역사적으로 갖고 있던 우리 군 급식 문제의 근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합동위원회의 가장 중점은 장병이 선호하는 급식을 제공하고, 조리병의 업무 경감과 근무환경 개성이었다. 이를 위해 先 식단편성 · 後 식재료 조달체계를 구축하였고, 조리인력 구조 개선 및 조리기구 확대 보급을 추진였다. 세부적으로는 ▲군 급식 전자 입찰·계약시스템(maT) 시범 운영 및 확대 시행 추진, ▲군 급식 식재료 구매 및 유통체계 개선, ▲식재료 물가 상승률과 연동한 장병 기본급식비 인상 추진, ▲군 급식운영체계 전문화/다양화 추진, ▲군대 급식 특별식(브런치·간편식) 운영, ▲부족한 조리병 및 급양관리관 인력보강 등 조리인력 구조 개선, ▲민간조리원 편성기준 확대 및 처우개선으로 채용률 제고, ▲조리병 처우개선, ▲현대화된 조리기구 지속 보급 및 민간 ‘조리용 로봇’ 시범 운영 등의 9개의 권고안을 의결하였다. 


군 급식에서의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위탁운영이다. 국방부는 2021년 육군훈련소 1개 부대와 교육사령부 신병대대 등 10개 부대를 선정하여 급식 민간위탁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군 급식 민간위탁 시장은 2024년에는 대기업까지 개방되었고, 13개 부대를 선정하는 등, 산업계에 개방 속도도 빠르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급식 혁신 사업으로 시작한 브런치, 자율메뉴, 복수메뉴 등은 장병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2023년부터 시행된 ‘지역상생 장병특식’은 부대 인근 지역업체를 통해 특식을 제공하는 급식으로, 외식, 케이터링, 배달, 요리사초빙, 푸드트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어 장병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취사병의 업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들의 2022년 2월 육군훈련소 28연대에는 조리로봇이 시범 운영되었다. 튀김, 볶음, 탕, 취반 등 4가지 자동화 설비로 이뤄져 조리병의 요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거쳐 이 변화의 목적인 장병 선호 급식 제공은 매우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실시한 군 복지정책 만족도 설문조사에 의하면, 장병의 급식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2020년 이래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20년에는 43.2%의 병사가 급식에 만족한다고 답하였는데, 2023년에는 그 수치가 60.8%로 상승하였다. 장병 선호 급식의 방향은 잘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제는 군 장병급식 본연의 공공성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다양한 공공급식 영역 중, 학교급식과 더불어 군 장병급식은 공공성 추구가 더욱 중요한 영역이다. 학교급식은 미래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의 기반이고, 장병급식은 국방을 유지하고, 전시를 위한 전투력의 근간이기 때문인다.  


 첫째, 장병들이 선호를 최대한 반영한 급식이 장병이 건강과 전투력 유지에 필요로 하는 충분한 양질의 영양 제공이 되고 있는지 파악해 봐야 한다. 장병들의 비선호 메뉴인 어패류, 채소류는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의 급원이다. 장병들이 선호하는 조리 방식인 튀김은 포화지방산 관리를 해야 하는 메뉴이다. 현재의 메뉴에서 식재, 조리방법이 군 급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양질의 영양가를 제공하는 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둘째, 영양과 더불어 급식 품질의 핵심인 위생안전 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조리병들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조리의 비 전문가로 3주의 교육을 받고 급식현장에 투입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기본적인 안전 교육이 작업현장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생사라인이 아닌 급식 현장에 맞는 위생 교육과 위생 기본 적용이 조리병들이 작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위생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에서의 위생안전 관리와 비교 분석하여 벤치마킹 할 수 있고, 산업계의 최신 안전 기술과 협업할 수 있다.


셋째, 조리병들의 업무 경감과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자동화나 로봇의 도입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자동화나 로봇 도입에 대해 민간급식업계에서의 성공 모델이 있고, 학교급식에서도 하나씩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군에서는 로봇 제조 업계, SI (system integration) 업계, 급식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현재 군 급식에 적합한 로봇 도입을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마련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호텔외식급식 국제학회 개최를 통해 세계인이 K-Food에 얼마나 열광하는 지 확인하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또한 최근에 개최했던 한국급식학회와 한국푸드테크협의회가 공동주최한 급식테크포럼을 통해 “K-급식이 세계 급식의 중심”에 설 날이 멀지 않았음을 참석자들과 함께 공감했다. 조만간 우리 학교급식을 전 세계에서 배우러 오라라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군급식도 국민의 눈 높이에 만족을 넘어, 우리 장병 급식을 해외에서 배우러 오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