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5 (수)

어릴 적 씀바귀는 먹기 싫은 쓴 나물에 지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유독 좋아하셨던 나물인지라 씀바귀가 밥상에 오르는 봄철이 되면 반찬투정 하느라 혼 꽤나 났던 기억이 난다. 입에 쓴 것이 몸에 더 좋다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이 어릴 적에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몸에 좋은 것을 먹이시려고 하신 고마운 말씀 이셨던 것 같다.


씀바귀는 시골, 들판, 논두렁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지역마다 쓴귀물, 싸랑부리, 쓴나물, 싸랭이라고 불린다. 고채라고도 부르는데 잎과 뿌리에 있는 하얀 즙이 맛이 쓰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흔히들 씀바귀를 고들빼기라고 알고 있는데 고들빼기와 씀바귀는 차이가 있다. 고들빼기 잎은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동그란 잎을 가지고 있고 끝은 뾰족하다. 이에 비해 씀바귀는 긴 잎이 줄기에 달려 있고 그 가장자리가 많이 갈라져 있다. 뿌리를 보면 고들빼기는 통통하고 짧은 덩이뿌리를 가지고 있어 김치를 담아 먹을 수 있지만, 씀바귀는 긴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잎만 나물로 먹는다.


씀바귀는 국화과 식물로 5~6월이 되면 아주 예쁜 꽃이 피는데 언뜻 보기엔 정말 국화라고 착각할 정도로 꽃이 국화와 아주 흡사하다. 우리나라에는 선 씀바귀, 흰 씀바귀, 벋음 씀바귀, 꽃 씀바귀 등 여러 종류의 씀바귀가 자라는데, 흰 꽃이 피는 것을 흰 씀바귀, 노란 꽃이 피는 것을 꽃 씀바귀라 한다. 이들 씀바귀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잎 모양이나 줄기의 높이가 모두 달라 이것으로 구분한다. 여러 종류의 씀바귀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성숙한 것은 진정제로 쓰인다.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남자의 정력증진에 좋다 하여 옛날부터 많이 먹어왔으며,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아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에서는 인생의 다섯 가지 맛 중 쓴맛을 씀바귀로 표현하기도 한다. 옛 중국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전에 먹이는 다섯 가지 맛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 쓴맛이 씀바귀의 즙이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정초 때 아이들에게 이것을 먹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과거를 앞둔 서생이나 부모 머리맡에서 간병하는 효자들에게 잠은 그야말로 수마(睡魔)다. 이럴 때 잠을 쫓는 가장 친근한 처방으로 씀바귀 즙을 내 먹었다.


또한 겨울날 먼 길을 갈 때 밭두렁의 눈틈에 파릇파릇한 씀바귀를 보면 뜯어다가 얼음물에 헹궈 날로 먹었다. 그렇게 하면 추위를 덜 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한적(漢籍)에서는 씀바귀를 유동(游冬)이라고도 한다. 가을에 씨앗이 떨어져 겨울에 싹을 틔운 뒤, 눈 속에서도 푸른 기운을 유지한다 해 얻은 이름이다. 씀바귀를 먹으면 추위를 덜 탄다는 속설이 생겨났음직한 말이다. 


우리의 옛말에 “이른 봄 씀바귀를 먹으면 그 해 여름 더위를 타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씀바귀는 선조들로부터 그 효능을 인정받은 나물로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도와 몸을 보양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 보면 오장의 독소와 미열로 인한 오싹한 한기를 제거하고 심신을 편히 할 뿐 아니라 춘곤증을 풀어 주는 등 노곤한 봄철에 정신을 맑게 해주며 부스럼 등 피부병에 좋다고 하였다. 보통 한방에서는 기침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데 한의학적인 씀바귀의 약효로는 해열, 건위, 조혈, 소종 등의 효능이 있으며, 허파의 열기를 식혀준다고 한다.


성질이 차서 오장의 나쁜 기운과 열기를 없애고 심신을 안정시키고, 잎을 자를 때 나오는 하얀 유액이 강한 해독작용을 하여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오장을 바로 잡아 주어 면역력을 증가시켜서 우리의 몸을 외부의 세균들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기게 해주고 알코올과 니코틴 성분을 1회에 분해할 정도로 해독력이 강하다. 씀바귀에는 칼슘과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눈 건강에도 좋으며 체내에 쌓여있는 나트륨을 배출시켜 성인병 예방에도 탁원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조사팀에 의하면 야산이나 논두렁에 흔한 씀바귀가 항 스트레스, 노화방지, 피로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 등 성인병 예방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 씀바귀의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효과가 14배, 항 박테리아 효과가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밖에도 항암, 항 알레르기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씀바귀추출물이 이처럼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면역증강, 항암에 뛰어난 ‘알리파틱’과 노화억제, 항산화 기능을 지닌 ‘시나로사이드’와 같은 성분이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봄철 야산 논밭에 흔히 볼 수 있는 씀바귀가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탁월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봄나물인 씀바귀가 한국인의 체질을 말없이 보양해 온 것이다.


씀바귀는 잎과 뿌리 모두 먹을 수 있어 주로 봄에 채취하여 햇빛에 말려 잘게 썰어서 쓰는데, 채취한 것을 바로 먹을 때는 쓴 맛이 강한 편이여서 끓는 물에 약간 데쳐 찬물에 우려낸 후 먹는다.


봄나물에는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이 비타민의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짧은 시간에 데쳐내면 된다. 하지만, 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데쳐내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좋다.


또한 씀바귀처럼 쌉쌀한 나물을 무칠 때는 고추장에 식초, 설탕 등을 넣어 상큼하게 무쳐야 쓴맛이 덜하다. 또한 풋마늘이나 미나리, 톳나물 등의 다른 봄나물을 곁들여 맛을 내도 좋다.


좋은 씀바귀 고르는 방법은 씀바귀는 뿌리째 먹는 나물이기 때문에 뿌리에 잔털이 없되 너무 굵지 않고 길게 쭉쭉 뻗은 것이 좋고 잎은 앞·뒷면이 깨끗하고 변색되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씀바귀를 보관하는 방법은 젖은 신문지에 싸서 봉지에 넣고 공기를 불어 넣어 냉장보관하면 오래도록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씀바귀를 약용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말린 씀바귀의 약재를 5g정도를 달여서 복용하면 소화불량이나 폐렴, 간염 등에 효과를 볼 수 있고 타박상이나 종기에는 생풀을 짓찧어 환부에 붙이면 낫는다. 씀바귀는 악창을 다스리며 짓찧어 즙을 마시면 얼굴과 눈동자의 누런 기를 없애주고, 축농증에는 씀바귀 뿌리 4g을 1회 분으로 생즙을 내거나 산제로 하여 하루에 2~3회씩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씀바귀를 이용한 요리>


* 씀바귀 튀김*

재료 : 씀바귀, 소금, 식초, 밀가루, 계란, 물


만드는 법
1. 씀바귀는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씻어서 식초 물에 담그어 둔다.
2. 밀가루와 물, 계란, 소금을 넣고 반죽을 하여 튀김옷을 만든다.
3. 식초 물에 담가두었던 씀바귀를 건져 물기를 닦아내고 먹기 좋게 자른 후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낸다.  

 

*씀바귀 무침*

재료 : 씀바귀, 미나리, 실파, 고추장2큰 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깨소금 1작은 술, 참기름 1작은 술, 식초 1작은 술, 레몬 즙 1작은 술

 

만드는 법
1. 씀바귀의 잡티를 골라내고 깨끗이 손질하여 씻어준 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고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미나리도 손질하여 살짝 데쳐준다.
2. 우려낸 씀바귀와 미나리를 물기를 꼭 짠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3. 초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무쳐서 실파를 송송 썰어 참깨와 같이 올려 낸다.

 

 

 

요리연구가/식공간연출학박사 양향자


현)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원 이사장

현) 사단법인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 회장

현) 양향자 푸드 앤 코디 아카데미 원장

현) 상명대학교 푸드코디네이터 석 · 박사과정 외래교수

현) 중국 산동대학교외 2개 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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