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 ‘환경보호’, ‘안전운전’이라는 제시어를 주고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물어봤을 때 많은 사람은 익숙함을 느끼면서, 마땅히 우리가 지켜야 할 것, 나부터 실천해야 하는 것, 즉, 하나의 ‘문화’를 떠올리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식품안전’이라는 제시어를 쉽게 ‘식품안전문화’로 연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식품안전 문화는 앞서 언급 했던 에너지절약 문화, 환경보호 문화, 안전운전 문화보다는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어보인다. 내가 실천해야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전문적인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판매를 하는 식품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불량식품, 식품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식품당국 규제 정도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아보인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식품안전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씻고 밥 먹기, 음식물은 익혀 먹기, 물은 끓여서 마시기, 주방 기구 소독하기, 음식의 냉장·냉동 보관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외에도 옛날과는 달리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음식할 때 조리용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있는 조리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예전에는 문이나 커튼으로 가려져 비밀스러웠던 식당 주방이 이제는 오히려 자신있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빈번히 식품공장을 방문하는데 가끔은 이곳이 식품공장인지 반도체공장의 클린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식품안전에 신경쓰는 업체가 자주 보인다. 고무적인 것은 이런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강한 규제, 표준, 가이드라인과 같은 강력한 정책에서 기인한 것일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에 대한 필요를 이끌어내고 우리 주위에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간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식품안전에 대한 변화된 생각과 가치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 냈고, ‘문화化’된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New Era of Smarter Food Safety(더 스마트한 식품안전의 새 시대)라는 표어와 함께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블록체인 등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공중보건의 위험의 신속한 추적, 발병 대응 속도 향상 등 예방 중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뭔가 중요하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FDA는 여기에 더해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식품안전문화이며 식품 시설뿐만 아니라 농장부터 식품을 소비하는 가정에서까지 안전 문화를 육성, 지원, 강화하는 것이 식품안전의 필수”임을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외에도 식품안전문화를 위한 식품 당국, 글로벌협회 등의 활동은 2020년 이후 폭발적이다.
지난 수십년간 식품안전관리시스템과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발달해 왔다. 적절한 식품안전관리 기준, 완벽한 식품추적성 기술, 여러 인증서 취득과 주기적으로 의뢰하는 제품검사를 통해 식품 매개 질병을 최대한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이를 활용하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식품제조 현장에서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 교육, 안전시설, 시스템도 갖춰야 하지만 조직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식품 제조업체에서 기업의 오너부터 관리자, 현장 근무자 모두가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공동의 목표로 한다면 기업의 활력과 신뢰도 또한 상승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도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식품안전 문화수준 향상을 위해 산업계와 협력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식품방어 대응 협의체 1차 정기회의에서 올해 개발되는 식품방어 전산계획 솔루션과 식품안전 문화수준 진단 도구를 선보였고, 업계의 관심은 집중되었다. 여러 질문과 건의사항이 계속 요구되었고 식품안전 문화 향상이라는 목표에 상호 공감할 수 있었다. 해썹인증원에서는 산업계와 지속적인 협의체 운영으로 문화수준 진단에 따라 직군별로 평가항목을 차별화하여 개발하고 다각화된 문화수준 향상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한 공통된 사고방식, 공유된 가치와 신념, 우리는 이를‘문화(文化)’라고 부른다. 식품안전에 마지막으로 맞춰야 할 퍼즐 조각이 있다면 성숙한 식품안전 문화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오너, 관리자, 현장 근무자 모두가 식품 안전에 대한 혼연일체가 될 때 비로서 식품안전문화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