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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식재료의 성질(4) - 외조내습 다육식물

습기가 거의 없는 건조한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자신의 몸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여야 살아갈 수 있다. 바로 외조내습(外燥內濕)이다.


또한 낮의 뜨거운 날씨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질이 서늘하거나 혹은 차가워야 한다. 알로에, 선인장 그리고 다육식물과 같이 건조 지방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은 그래서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성질이 차가운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알로에는 습기가 가득한 잎만을 잘라서 파는 것이다. 알로에 잎의 겉껍질을 벗겨 내면, 걸쭉하며 습기가 가득한 엽육이 있다. 물컹한 이 엽육은 습기가 많고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화상으로 손상을 입은 피부를 치료하는 데에 참 좋은 약으로 이용된다.


알로에의 이러한 성질은 피부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화장품으로도 활용된다. 이렇게 알로에의 차갑고 습한 성질은 뜨겁고 건조한 피부를 보호하고 치료한다.


데킬라는 알로에를 이용하여 만든 술이다. 증류주인 데킬라는 재료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다른 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습하고 차가운 성향을 보인다.


이렇게 습한 성향을 생각해서 그런지 혹은 건조한 지방에서 염분을 섭취하기 위한 뜻도 있겠지만, 데킬라의 가장 좋은 안주는 손등에 묻혀 놓은 소금을 빨아 먹는 것이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원재료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술과 안주를 음양의 조화에 맞추어 활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다른 건조 지방의 식재료로는 천년초 혹은 백년초로 불리는 손바닥선인장이 있다.


손바닥선인장은 남해와 제주도에서 많이 재배된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도 재배되었다고 한다. 이 선인장도 알로에처럼 속이 부드러운 점액질로 가득 차 있다. 습하고 차가운 성향의 이 점액질도 화상치료나 피부를 보호하는 화장품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식용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식용으로 이용되는 경우, 몸을 차갑게 하는 성향을 감안해서 먹어야 한다. 질병의 치료에 이용할 경우에도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토종 다육 식물로서 와송으로 더 알려진 바위솔도 전형적인 외조내습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옛날 기와에 잘 자란다고 해서 이름도 와송(瓦松)이다.


와송이 우리나라 고유 식물이기는 하나 기와 위와 같은 수분이 거의 없는 곳이나 혹은 바위 같은 곳에서 잘 자라므로 건조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들과 다름없는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자에 들어 이 와송이 여러 가지 질병들 중에서도 항암에 널리 이용되는 것 같다.


알로에나 손바닥선인장 정도는 아니지만, 와송 또한 습하고 차가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용하였으면 한다. 자고로 암은 차가운 곳에 생긴다고 했으므로 성질이 차가운 식재료를 이용할 때에는 레시피나 혹은 법제방법을 유의하여 활용해야할 것이다.


돌나물도 빼놓을 수 없는 다육성 식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돌이나 바위 위에서도 잘 자라므로, 성질은 상대적으로 습기가 많고 차가운 성향을 가진다.


열기가 더해가는 오뉴월에 돌나물 무침이나 냉국은 생각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돌나물의 이러한 성향은 한낮 열기에 지친 우리 몸에 수(水)에너지를 주어, 종국에는 간에 활력을 준다(水生木). 때문에 돌나물은 간에 좋다고 하는 것이다.


느끼는 것이지만 생물들은 자세히 보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자연을 복잡하게 보는 것은 인간이 만든 과학이지, 자연 그 자체는 아주 단순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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