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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커피, 알고 마시자

다 알고 있듯이, 커피의 맛은 쓰다.


육미(六味)의 육기(六氣)를 보면, 쓴맛은 풍(風), 열(熱), 조(燥), 한(寒), 습(濕), 화(火) 등의 여섯 기(氣) 중에서 열기(熱氣)를 낸다.


이런 자연의 이치에 따라 커피는 쓴맛이고, 열을 내는 쓴 맛의 커피를 마시면 우리 몸에서는 열이 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한약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대게 한약은 달달한 감초를 넣었어도 쓰다. 쓴 이유는 몸이 열을 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거의 모든 질병은 몸이 찬 가운데서 발병하기 때문에, 열을 내는 쓴맛은 보약이 된다.


그래서 쓴맛은 우리 몸에서 열을 내는 심장과 소장에 큰 힘을 준다. 특히, 양(陽)의 기운을 가진 소장에는 커피의 쓴맛이 절대적인 힘이 된다.


아울러 얼굴에서 가장 뜨거운 혀는 쓴맛의 열에 의해 더욱 부드러워져, 화사한 언변에 꽃을 달아주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커피는 구두 발표를 앞둔 사람들에게 혀를 풀어주는 효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심장을 더 뛰게 함으로서, 흥분의 도를 더하게 하여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불의 열기가 쇠를 녹이듯이, 쓴맛의 열기가 우리 몸에 쇠인 기(氣)를 녹여 버릴 수 있다.


자칫 기가 빠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세상만사 과유불급이다.


그러므로 열을 내게 하는 커피는 날씨가 추운 겨울에 제격이고,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열을 내는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음양으로 구성되어 변해 가듯이 평소에 몸이 뜨거운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답답하고 갑갑하게 돌아가는 사회 상황 속에서, 가슴 속에 열을 많이 낼 수밖에 없는 요즘 사람들이 유의했으면 한다. 더욱이 올해는 열을 내는 운기가 시작되고, 시절 또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별로 커피와의 궁합을 맛(味)으로 본다면, 우선 열대지방에서 주로 사는 흑인들에게는 커피가 그다지 필요지 않을 것 같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춥고 건조한 지역에 사는 백인들에게 커피는 보약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한편, 뜨거운 열을 내는 여름과 차가운 겨울이 교차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황인들에게, 열을 내는 커피의 쓴맛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추운 겨울이 짧아지고 더운 여름이 길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라는 존재는 늘 마시는 차로 계속 갈까? 아니면, 원래의 태생처럼 약으로 갈까?


온난화를 보면, 답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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