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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맛, 냄새 그리고 건강한 장부(臟腑)

우리 문화권의 여섯 가지 맛(六味)은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醎), 그리고 떫은맛(澁) 이다.

 
이와 각각 대응하는 여섯 가지 냄새(六臭)는 신 냄새의 초(酢), 그을린 냄새(누린내)의 초(焦), 향기로운 냄새의 향(香), 비린 냄새(비린내)의 성(鮏), 썩는 냄새(고린내)의 부(腐), 그리고 날 생명의 냄새(생내)의 생(生) 이다.


이들 육미와 육기에 각각 대응하는 장부를 보면, 신맛과 신 냄새(酢)는 간과 담, 쓴맛과 그을린 누린내(焦)는 심장과 소장, 단맛과 향내(香)는 비장과 위장, 매운맛과 비린내(鮏)는 폐와 대장, 짠맛과 썩은 고린내(腐)는 신장과 방광, 그리고 떫은맛과 생내(生)는 심포와 삼초이다.


이러한 맛, 냄새 그리고 장부의 관계는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잊어서는 안 되는 자연의 이치이다.


특히 음식은 곧 우리의 몸이 되므로 음식의 맛과 냄새가 우리 몸의 어떤 장부에 영향을 주는지를 아는 것은 건강장수의 비법을 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맛과 신 냄새는 간장과 담에 풍기(風氣)를 주어 온 몸에 온화한 에너지를 주게 되니 싱싱한 힘을 갖게 한다.


좋은 예로 식초는 간장과 담에 큰 힘을 주는 기능을 한다. 피로할 때 신 과일 주스나 혹은 신 귤을 먹으면 회복이 빨리되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고, 이는 신 맛의 비타민 C에서도 동일하다.


간담이 더 강해지려면 식초하고 친해져야할 것이나, 과하면 비장과 위장의 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


쓴맛과 누린내는 심장과 소장에 열기(熱氣)를 주어 온 몸을 데우는 에너지를 주게 되니 혈기를 왕성하게 해 준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몸에 열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대부분의 쓴 한약에서도 동일하다. 심소장이 더 강해지려면 쓴맛과 친해져야할 것이나, 과하면 폐와 대장의 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


단맛과 향내는 비장과 위장에 습기(濕氣)를 주어 온 몸이 적당한 습을 지니게 하는 에너지를 주게 되니 모든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달디 단 꿀 차 한잔이면 온 몸에 힘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는 각종 당분에서도 동일하다. 비장과 위장이 더 강해지려면 단맛과 친해져야할 것이나, 과하면 신장과 방광의 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


매운맛과 비린내는 폐와 대장에 조기(燥氣)를 주어 온 몸을 단단하게 하는 에너지를 주게 되니 기백이 넘치도록 해준다.


박하사탕을 먹으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는 각종 매운 음식에서도 동일하다. 폐와 대장이 더 강해지려면 매운맛과 친해져야할 것이나, 과하면 간장과 담의 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


짠맛과 고린내는 신장과 방광에 수기(水氣)를 주어 온 몸에 부드럽고 연하게 하는 에너지를 주게 되니 정력을 강하게 해 준다.


묵은 된장의 진한 국물은 정력을 채워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짜게 담근 묵은 각 종 젓갈에서도 동일하다. 신장과 방광이 더 강해지려면 짠맛과 친해져야할 것이나, 과하면 심장과 소장의 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


떫은맛과 생내는 심포와 삼초에 화기(火氣)를 주어 온 몸에 생기를 넣어 생명력을 넘치게 한다.


토마토와 바나나의 떫은맛도 생기 회복에 힘을 주지만, 생감자와 생오이의 아린 맛도 생명력 증진에 큰 도움을 준다. 생명력과 면역력을 강하게 하려면 떫은맛과 아린 맛을 내는 싱싱한 생 식재료와 친해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모든 맛을 “담백하다”라는 것으로 표현한다.


아마도 맛이 있다는 뜻이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는 것일 것이다. 이는 인간의 사로를 획일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미맹과 취맹을 양산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염려된다.


지금부터라도 내 몸이 원하는 맛과 냄새를 가진 음식을 즐겨, 건강한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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