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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자연의 화수미제와 음식의 수화기제

자연이 스스로 돌리는 이치는 낮과 밤, 남과 여 등 음양(陰陽)의 순리이다. 이 음양의 이치는 물질처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형태에서부터 물질이 아닌 에너지 상태로도 존재한다. 

이는 물질 형태의 물이 기화되어 에너지 상태가 되는 이치와 같다.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있듯이, 물이 기화되면 생성되는 에너지도 차가운 에너지와 뜨거운 에너지가 있기 마련이다. 즉, 음(陰) 에너지와 양(陽) 에너지가 있다.

물질의 근본 에너지는 봄철에 부드럽지만 솟아오르는 목(木) 에너지, 여름철의 뜨거운 열기처럼 강하게 위로 치솟는 화(火) 에너지, 모든 것을 받아드리고 내어 주는 토(土) 에너지, 가을철처럼 모든 것을 수렴하여 단단해 지는 금(金) 에너지, 그리고 겨울철처럼 모든 것이 내리고 쉬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수(水) 에너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분별은 관점과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이 에너지들 중에서 음 에너지와 양 에너지의 성질을 대표적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수 에너지와 화 에너지이다. 

수 에너지는 물처럼 아래로 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화 에너지는 불처럼 위로 향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 물은 아래로 흐르고 불은 위로 올라가 갈 수밖에 없으므로, 서로가 만날 수 없으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치를 주역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화수미제(火水未濟)라 하여 6번째 괘로 두고 있다. 불을 상징하는 남(양 에너지)과 물을 상징하는 여(음 에너지)가 따로 있는 상태로 생명의 잉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수 에너지와 화 에너지의 성향이 반대로 움직이면 새로운 창조가 일어난다. 하늘(天)에서는 내리는 음에너지와 오르는 양 에너지가 만나면 천둥과 번개가 생명을 일으킨다.  땅(地)에서는 내리는 비와 땅에서 오르는 열과 만나면 생물의 탄생과 성장을 촉진한다.
 
사람(人)에서는 여성의 음 에너지와 남성의 양 에너지가 만나면 새 생명이 탄생한다. 생물의 체내에서 오르는 음 에너지와 내리는 양 에너지가 만나면 생명력이 유지된다. 이를 주역에서는 이미 이루었다 즉, 수화기제(水火旣濟)라 하여 63번째 괘로 두고 있다.

이는 자연과 삶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진리로서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식을 하면 차가운 식재료와 따듯한 몸속에서 새로운 상태인 상화(相火) 에너지인 생명력의 원천 에너지가 된다. 화식에서는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치가 실현된다. 차가운 에너지를 가지는 식재료가 뜨거운 에너지를 만나 생명력에 힘을 주는 새로운 상화 에너지로 변한다. 

물에 쌀을 넣어 끓여서 지은 밥은 물에 있는 수 에너지가 뜨거운 열에너지와 만나 긴 시간에 걸쳐 상화 에너지가 생성되면서 쌀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즉, 익은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잘 익은 밥을 먹으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상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자고로 익는 다는 것은 상화 에너지가 강화되고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가을철에 수분이 가득한 벼가 따가운 햇살에 익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음양 에너지 즉, 수화 에너지가 만나면 상화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런 이치에서 장대비 속의 번개는 내리는 음에너지와 오르는 양 에너지가 만나 생기는 빛으로 상화에너지가 생기는 이치와 같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빛을 내서 그 효과가 없다.

그러나 식물에 쪼여주는 긴 햇살은 수 에너지와 화 에너지에 변화를 주어 많은 양의 상화 에너지를 축적하게 한다. 이 상화 에너지가 바로 생명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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