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현 교수 칼럼> 식재료의 성질(3) - 열대과일

열대 지방에서 식물들은 뜨거운 생육조건에서 생존하려면 자신은 차가운 음의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음 에너지를 대표하고 생명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물 즉, 수기(水氣) 또한 많이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식재료 중에서 물기가 많은 종류는 열대과일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열대지방이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름과일로 많이 재배되어 친숙하기 때문에 우리 식물로 착각하기도 하는 수박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박은 겉껍질이 단단하고 속은 수분이 많은데 겉이 단단할수록 속은 부드러운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연의 이치로서 음양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이런 예로 겉이 아주 단단하여 큰 칼로 내리쳐야 속을 볼 수 있는 코코넛은 속에 달콤한 물이 담겨져 있다. 빨대를 넣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들어 있는 코코넛 물은 뜨거운 열대지방의 별미이다.

 
수박은 겉이 쓴맛이 강할수록 속은 단맛이 강하게 된다. 이 또한 자연의 이치로 따뜻한 커피와 한약을 한 모금 입에 물고 있으면 단맛이 천천히 돌게 되는 것과 같다(火生土).


하지만 잊지말아야하는 것은 오늘날 단맛이 강한 수박은 단맛을 좋아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개량한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뜨거운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수박의 원 성질은 물기 즉, 수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자연계의 물과 달리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에는 물 그 자체에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박에 많은 물과 그 에너지를 우리가 섭취할 때 흡수율도 훨씬 좋고, 우리 몸 속 장부 중 물 에너지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장과 방광은 그 힘을 받아 보다 건강해 진다.


열대에서 잘 재배되는 오렌지는 겉껍질이 수박에 비해서 부드럽기 때문에 이와 비례하여 딱 그 정도로 약간 질긴 속으로 차있다.


물론 수박은 풀 종류인 덩굴 식물이고, 오렌지는 나무의 과실이라는 차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풀 종류 보다 나무의 과실이 더 질기고 단단한 성향을 가진다. 그리고 1년생 풀인 경우 다년생인 나무에 비해 추운 시기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더 부드럽다. 


이렇게 식재료의 형상은 종류 별로 자라는 주변 환경과 기후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해 보면 수박에 비해 더 차가운 느낌을 주는 오렌지나 귤의 성질은 수박에 비해 더 뜨거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오렌지의 달콤한 맛은 수박의 경우처럼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개량된 것이다.


원래는 건조하면서 뜨거운 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신맛과 쓴맛이 약간 더 강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실의 신맛과 쓴맛이 단맛으로 변화하려면 열이 필요하고 여기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면 더 강한 단맛을 함유하게 된다(木生火生土).
 

오렌지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 열리므로 강한 신맛과 약한 쓴맛을 가지고 있으나, 기온이 올라가고 햇볕이 강해지면 변(變)해서 단맛으로 화(化)하는 것이다. 이때 강한 빛과 열을 식혀주는 비가 내리면, 단맛은 더욱 강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늙은 호박을 요리할 때 생 호박에 열을 주어 익히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 잘 익혀진 호박에 물을 주어 죽을 끓이면 단맛이 더 강해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쓰고 떫던 감이 뜨거운 여름과 장마를 잘 거치면 달디 단 홍시 감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참 호박도 건조한 열대지방이 고향이다.


이처럼 우리의 눈을 자연으로 돌려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살아있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하는 건강한 삶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련기사

4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