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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식재료의 성질(性質)

요즘 식재료에는 제철과 고향이 없다. 사육과 재배 기술이 발전하여 먹고 싶은 고기와 채소를 언제든 시절 불문하고 얻을 수 있다. 운송수단과 저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이든지 바로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에도 공상 만화나 영화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이 되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시절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식재료의 중요성을 점차 잊어 가는 것 같다. 풍요로움은 사람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적당한 빈곤이야말로 이성을 살린다는데…


풍족함이 넘치다 보니, 식재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모든 식재료에는 성질, 즉 성(性)과 질(質)이 있다. 성이란 마음(心)과 나오는 것(生)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로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질은 밝게 살필 근(斤)이 두 개, 눈 목(目) 그리고 나눌 배(八)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로서 나누어진 것을 눈으로 두 번씩 밝게 잘 살핀다는 뜻이다.


과학은 물질의 성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 때 동양의 과학은 마음에서 나오는 성(性)의 과학이고, 서양의 과학은 나누고 또 나누어서 잘 살펴보는 질(質)의 과학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동양인들은 식재료의 성미(性味) 혹은 기미(氣味)를 기준으로 활용해 온  반면에, 서양인들은 성분(成分)을 기준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동양에서는 인삼을 활용할 때 복용 시 다른 약재들에 비하여 몸에 열을 내게 하는 성(性) 혹은 기(氣)와 쓰고 단 미(味)를 중심으로 사용 목적, 방법 그리고 결과를 예측하여 이용해왔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서 알게 된 정보 즉,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 아미노산, 미네랄 등의 성분을 보고 이용한다.


결국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기(氣) 에너지가 기준이고, 서양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물질을 중심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식재료를 이용할까?

 
성? 질? 아니면 중간?


아마도 대부분, 가슴으로는 성을 머리로는 질을 생각할 것이다. 이를 융합라고 해야 할지? 혼돈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교육에 의해 습득된 성분에 대한 양간의 지식을 활용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식재료의 성질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생활 속에서 익숙해진 요리법대로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이용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식재료는 매일 매일 이용되고 있고, 우리가 선택한 식재료가 우리의 살아있는 삶을 책임지고 있는데도 너무 무심하게 지낸 것 같다.


이제 유와 무 즉, 존재와 비존재라는 벽을 허물어 버린 양자에너지 과학 시대를 맞아 식재료에 대한 단순한 영양학적 성분 분석을 넘어, 자연의 이치와 합일된 기미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의 혁신에 힘입어, 식재료에 내재된 여섯 가지의 기 에너지(六氣), 즉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와 이에 각각 대응하는 육미(六味) 즉,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醎), 삽(澁)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여 세계인들을 향해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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