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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수화기제 음식-황태와 시래기

물은 차가움이고, 불은 따뜻함이다. 물은 음(陰) 에너지를 가지고 불은 양(陽) 에너지를 가진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불은 위로 치솟는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서는 반대이다.

인체에서 물은 신장의 힘으로 위로 올라야하고, 불은 심장의 힘으로 밑으로 내려야 한다. 음 에너지는 오르고, 양 에너지는 내려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이 유지된다. 그러므로 사람의 몸에 좋은 식재료는 이러한 이치에서 다루어져야한다. 

황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태를 대관령의 높은 지역에서 겨우내 얼림과 풀림을 수도 없이 반복시켜야 비로소 완성된다. 

겨울은 음 에너지의 중심인 수(水) 에너지가 가장 강한 시기이다. 엄동설한의 시기에 널린 생태는 동태가 되고, 이 동태는 겨울철 따사로운 햇볕이 비출 때 잠깐 녹는다. 녹은 생태는 밤이 되면 다시 꽁꽁 얼어붙은 동태가 된다. 

온 천지에 가득한 음 에너지 속의 동태 살이 양 에너지를 잠깐씩 만나 음양 에너지의 조화를 이룬다. 이 음양의 조화는 동태 속의 수분이 없어지는 만큼씩 담백한 맛과 푸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상화(相火)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동태 속의 수분은 점차 사라지고, 상화 에너지 가득한 황태가 되는 것이다. 

상화에너지는 음과 양 에너지가 조화를 이룰 때 생성되며, 생명체는 이를 활용해야 생명이 유지된다. 그러므로 음과 양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어 탄생시킨 황태는 우리 몸에 생명력을 주는 것이다. 

생명력을 주는 것은 몸에 축적된 독을 풀어주는 것이므로, 예로부터 해독에 이용해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식재료를 충분한 시간을 거쳐 숙성시키는 이유인 것이다.

시래기를 보자.

진짜배기 시래기는 가을철에 김장을 하고 남긴 배추와 무청을 처마 밑의 볕이 드는 쪽에 겨우내 달아 놓아 만든다. 양지쪽에 매달린 배추와 무청은 눈보라치는 겨울밤에 얼었다가 잠깐 씩 드는 햇살에 녹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황태의 숙성과정과 같이, 음과 양 에너지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치 속에 생명력을 주는 상화 에너지가 차곡차곡 축적된다. 이 상화의 에너지는 겨우내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 물론 해독도 시켜준다. 

이렇게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원리 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이치는 자연 속의 생명체를 유지하게 하는 힘을 준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렇게 식재료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자연의 이치를 활용하는 고도의 지혜를 발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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