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현 교수 칼럼> 돼지고기의 에너지

돼지는 가축 중에서 상대적으로 수(水) 에너지가 많은 가축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시골 살림을 기억해 보면, 돼지에게는 늘 국물이 많은 먹이를 주었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풀을 좋아하는 소에 비해 돼지는 물이 가득한 먹이를 좋아한다. 때문에 돼지는 수분 즉, 수 에너지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수 에너지는 동물의 장부 중에서 신장과 방광에 힘을 준다. 신장과 방광의 에너지는 남성에게는 정력을, 여성에게는 출산력을 뜻한다. 그래서 신장과 방광의 에너지가 강한 돼지는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돼지에서 얻어지는 돼지고기는 당연히 수 에너지가 강하다. 그래서 생고기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움이 강하고, 간간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즉, 육미(六味) 중에서 상대적으로 짠맛이 강하다. 이러한 성질은 돼지고기를 먹고 나면, 다른 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갈증이 나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수 에너지가 많은 돼지고기는 구이를 하더라도 오랜 시간 열 에너지를 주어야 고기의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돼지고기 바비큐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기름과 같은 수 에너지가 제거된 돼지고기는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과 구수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담백함과 함께 묻어난다. 생고기의 거친 느낌과 독성이 제거되고, 부드럽고 구수하며 단백한 생명력의 상화(相火) 에너지가 강하게 발현되는 것이다. 이런 상화의 에너지는 돼지고기를 물에 푹 삶아 내거나 혹은 쪄내면, 더 강하게 얻어 낼 수 있다.

한편, 돼지고기의 요리도 지역에 따라 전통적으로 구이와 찜 등으로 먹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바베큐 같은 구이는 주로 열대 지방에서 선호도가 높고, 찜은 온대 지방에서 주로 이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돼지는 수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아 구이에 알맞고, 온대 지방의 돼지는 수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수 에너지를 보충해 주면서 익히는 찜이 어울린 것이라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삼겹살에 대해 살펴보자.

삼겹살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게 된 연유를 찾아보면 국민들의 건강보다는 상업적인 이익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수 에너지가 강한 돼지고기 중에서 비계가 많은 삼겹살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몸에 너무 강한 수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강한 수 에너지는 몸의 화(火) 에너지를 약화시킴으로서, 몸을 차게 만들어 비만을 조장하는 등으로 건강을 해치게 한다. 삼겹살의 강한 수 에너지에 많이 마시는 소주는 몸에 일시적으로 열을 내게 하여, 화 에너지를 공급하여 아주 좋은 궁합을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일종의 화주(火酒)인 소주는 마시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몸을 차게 하는 효과를 낸다. 결국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 우리 몸을 아주 차게 만들어, 비만을 비롯하여 다양한 악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돼지고기 중에서 비계 즉, 지방은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 살코기를 중심으로 먹어야할 것이다.

살코기도 급한 열에너지에 의해 거친 금(金) 에너지가 많이 생기는 직화구이보다는 상화(相火) 에너지가 많이 생기는 찜으로 먹는 것이 좋다. 원래 우리 민족이 돼지고기를 먹는 방법에 주로 찜을 이용한 것도 이런 이치에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4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