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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교수 칼럼> 요리의 기본 요소-물과 불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물과 불이 없으면 요리를 할 수 없다. 즉, 음식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물과 불은 필수 요소이다. 

물은 자연 속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에 열에너지를 주면 기화가 되면서 허공 속으로 흩어져 존재를 찾을 수 없다. 반대로 물의 온도를 낮추어주면 단단한 얼음이 된다. 

그래서 물은 여름철에는 수증기로 기화가 많이 되고, 겨울철에는 얼음으로 변한다. 봄철의 물은 얼음이 녹아서 흐르므로 가장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가을철의 물은 흐름이 차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물은 이렇게 온도 즉 열에 의해서 액체, 기체 그리고 고체 상태로 잘 변한다. 물이 열을 만나 새로운 상태로 변화할 때에는 생명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발현시키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모든 생명체는 물을 흡수하고 그 물에 열을 주어 생명현상을 일으켜 살아간다. 이와 같이 열에 의해 잘 변하는 물의 성질은 요리를 살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 즉 수(水) 에너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육지에 있는 민물과 바다에 있는 바닷물이 있다. 

민물이 다양한 땅 위를 흘러 바닷물이 되는 과정에는 민물에 땅의 여러 요소들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흘러 들어가면서 수많은 땅 에너지를 받아드리는 민물은 상대적으로 음(陰)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섞여진 바닷물은 양(陽)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음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민물 보다 양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바닷물이 더 쉽게 기화 즉 에너지 화 된다. 그래서 염전에 바닷물을 가두고 민물을 증발시키면, 섞여있던 땅의 요소들 중 기화되지 않은 요소들만 남아 맛으로는 짠맛을 내는 소금으로 뭉쳐진다. 

바닷물의 주 구성은 민물과 소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땅의 요소를 담고 있는 소금은 땅에서 배태된 금(金)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 잘 변하지 않는다(土生金). 그래서 민물은 썩을 수 있지만 바닷물은 썩지 않는다.

한편, 불도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나는 뜨겁게 달구어 주는 열에너지이고 다른 하나는 온 누리를 비추어주는 빛에너지이다. 즉, 불은 열과 빛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열은 화(火) 에너지라고 하고, 빛은 상화(相火) 에너지라고 한다. 빛이 생명력을 주는 상화 에너지라는 것은 모든 생물체가 빛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로 잘 알 수 있다.

특히 식물은 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고, 모든 곡식과 과일들은 햇볕에 익는 이치를 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화 에너지는 수 에너지를 만날 때 즉, 양과 음에너지가 만날 때 생명력의 상화 에너지를 발현한다. 이는 자연에서 음에너지와 양 에너지가 만날 때 생기는 번개라는 빛이 생기는 이치와 같다. 

다만 생물체 내에서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음과 양 에너지의 만남은 적당한 수분과 적절한 열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눈으로는 그 빛 에너지 즉 상화 에너지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리에 이용하는 불은 주로 열에너지이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에 적당한 수분을 넣고 열에너지를 주면, 수 에너지와 화 에너지가 만나면서 생명력의 상화 에너지가 발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화에너지를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요리는 생명력을 만드는 것이어서, 음식은 곧 생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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