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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78]박찬일 셰프의 몽로는 노포로 남을 수 있을까요?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몽로, 꿈길을 걷는 다는 뜻이겠죠? 낭만적이면서 몽환적인 의미를 가진 몽로는 셰프이자, 기자출신으로 지금도 활발하게 방송과 매체를 통해서 글 쓰는 작업을 하는 박찬일 셰프의 업장으로 유명한 공간입니다. 몽로라는 업장명은 에밀졸라의 소설 '목로주점'(L'Assommoir)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낭만적이었던 7,80년대의 서울에서 보낸 소년기를 그리워해서일까요. 파리의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비극적으로 그린 목로(木壚)와 다르게 박찬일 셰프의 그곳은 몽로(夢路)라는 다른 의미지만 감성의 본질은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광화문의 뒷 골목에 위치한 이 곳에서 주문한 메뉴는 시그니처 닭튀김 4조각, 우삼겹덮밥, 새우가지 아라비아따로 이루어진 런치세트와 이베리코 듀록 목살구이 덮밥, 그리고 스테이크 샐러드.

점심시간대 한정이지만 콜키지 프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준비해둔 스파클링 와인과 미니사이즈 화이트와인을 오픈합니다. 아이스버켓과 세심한 접객은 맘에 무척 드는 서비스였어요.

 

시그니처 메뉴라는 닭튀김은 닭가슴살을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해 튀긴 메뉴로 소스와 함께 넉넉하게 제공됩니다. 자체의 간이 있는 편이지만 소스를 곁들이면 맛이 달라집니다. 바삭한 식감이 좋았지만 사실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장국과 함께 나온 우삼겹덮밥과 이베리코 듀록 덮밥은 무국적주점이라는 업장의 색을 보여주듯 일본식도 아니고 동남아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일본식인 타래소스에서 동남아향이 느껴져서 호불호가 갈릴 맛이었습니다. 양념에서 향신료의 맛이 강하게 스치는 우삼겹덮밥도 다시 생각날 맛은 아닙니다. 

 

이태리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했던 새우가지 아라비아따 역시 향신료의 향이... 개인적으로 고수와 동남아식 향신료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한 식사가 됐습니다. 

시판되는 시저 드레싱과 스테이크와 어우러진 스테이크 샐러드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케이준 샐러드가 그리워지는 맛이었습니다. 안되는 식당은 경영에 어두운 것도 아니고 불친절해서도 아니며 무조건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하던 그가 이 음식을 맛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제입에만 안맞았을 수도 있지만요. 무심하지만 세상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과 유려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 글 때문에 기대가 너무 높았을까요. 방문 전 무국적 식당이라는 매력은 방문 후 이도 저도 아닌 무개성의 업장이 됐습니다. 

아쉬운 식사를 뒤로 하고 받아든 계산서의 이름은 그의 이름이 아니더군요. 더이상 박찬일 셰프의 아이덴티티가 깃든 곳이 아닌가봅니다. 봄을 기다리느라 지친 심신을 이끌고 와인잔을 홀짝일 수 있는 목로(木壚)를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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