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범롯데가에서 유제품을 생산하는 푸르밀이 다음달 30일 부터 사업을 모두 종료하고 400명이 넘는 본사·공장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푸르밀의 이 같은 조치로 유업계가 충격을 받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매각 협상이 불발된데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유제품 위주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와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일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곤 푸르밀 노동조합 위원장은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푸르밀은 정직원 약 350명의 중견기업이다.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모태로 출발한 회사로 2007년 롯데햄우유에서 롯데우유로 분사되며 푸르밀로 개명 후 현재까지 존속됐다.
2007년 4월 분사한 뒤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대표제품으로는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 우유’ 등이 있다.
김성곤 위원장은 "2017년 말일부로 전임 남우식 대표이사 퇴임 후 2018년 1월부로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하여 오너 체제로 전환했다"면서 "회사의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는데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성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오며 적자전환구조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 매출 3132억원을 달성하며 건실하게 유지되던 회사가 2018년부터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의견이다. 그는 2012년 매출 3132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의 정점을 찍었던 푸르밀이 2018년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한 대표이사가 취임하면 적자행진을 이어나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가 취임한 2018년 매출 2301억원에 영업손실 15억을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매출 1800억원 영업손실 124억을 기록했다.
김성곤 위원장은 신동환 대표의 관심사도 꼬집었다. 신 대표는 "오로지 개인 취미생활인 피규어 수집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면서 "대표이사 집무실, 직원휴게실, 회의실, 노사교섭회의실 조차도 온통 개인 피규어로 장식을 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푸르밀 직원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되었지만 전직원에게 책임 전가를 시키며 불법적인 해고다. 노동조합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없었고 해고회피 노력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22년 11월 30일부로 모든 직원을 정리하겠다"고 한다면서 입을 모았다.
신준호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시 먹튀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으며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준호 회장의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푸르밀은 17일 400명이 넘는 전 직원에게 사업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본사 일반직과 전주·대구 등 공장 생산직 사원 전부다. 회사 쪽은 정리해고로 인한 위로금이나 향후 부동산, 공장 처분 계획 등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메일을 통해서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알렸다.
유업계에서는 푸르밀의 사업종료에는 최근 적자누적과 매각 시도 무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푸르밀은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계속해서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또 지난달까지 엘지(LG)생활건강과 인수협상을 했지만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