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으로 서민의 고통은 깊어 가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서민들에게 외식은 사치이고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텅 비었지만 무겁기만 하다.
정부는 고삐 풀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민생물가점검회의’를 열어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10월이면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이르고 이후 상승세가 꺽일 것이라는 낙관론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물가상승 대책은 국민들에게 감동은커녕 기대감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예측대로 물가가 안정되기를 바라지만 정부의 예상에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지도 의문이지만 정점을 지나도 상승률만 낮아질 뿐 물가의 상승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는다 해도 서민의 피폐한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윤 대통령은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물가 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연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비상 상황에서는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는 안이하고 한가한 대책을 논할 때가 아니다. 정부가 현재의 상황을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의 물가 상승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려서도 안 된다. 해법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으면 정부의 물가상승대책은 소극적·미시적 수준의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주된 원인이 외부에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물가상승대책을 보면 국내외의 총체적 원인이 결부되어 있음을 잊고 있는 것 같다.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월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 하면서도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한다면 이는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에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서민을 볼모로 한 물가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소한 서민에 고통을 주는 공공요금의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 단독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정부와 여당만 머리를 맞댄다고 하여 물가상승의 억제와 민생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 정부는 야당의 민생경제 대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영수회담을 수용해야 한다. 영수회담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야당도 국가적 책임을 같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절실한바 정부와 여당은 물가로 인해 고통 받는 약자에 대한 민주당 등 야당의 대책을 대폭 수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파를 떠나 국회 내에 가칭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국회의 몇몇 상임위만으로는 물가안정 및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종합적 대안을 만들기 어렵다. 특위를 만들어 총체적 위기 극복 대책을 마련하고 입법·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야가 각각 대책위원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치솟는 물가의 안정에 대해서는 정부 및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서로 머리를 맞대어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는 희망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부와 여야의 협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