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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불량식품이란?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학교 앞에서 팔던 불량식품을 먹어봤을 것이다. 인사동에 가보면 그 시절 즐겨먹던 추억의 불량식품을 파는 곳도 있다.


지금의 초등학생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초등학생들에게 학교 앞 먹을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만약 초등학교 앞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불량식품을 단속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해도 거의 대부분이 단속 대상이 될 것이다. 학교 앞에서만 그럴까?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각 부처에서는 저마다 앞다투어 불량식품 근절을 외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3월 8일부터 부정‧불량식품 100일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4월 26일까지 50일간 1,911명을 검거하여 이 가운데 11명을 구속하였다고 한다. 유형을 보면 가짜 홍삼 식품 제조, 과대광고, 유통기한 경과 식품 판매 등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불량식품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슨 기준에 의해서 불량식품을 단속하는 걸까? 정부에서는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각 부처에 배포했을까? 


불량식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불량식품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불량식품인지도 모르고 불량식품을 단속하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에 대한 개념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련 업체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


정승 식약처장 역시 ‘불량식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불량식품을 단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불량식품이란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한 개념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그럴만하다. 


‘불량식품 척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하기까지 했는데 지금까지 불량식품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 부처에서 너나 할 것이 불량식품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식품안전에 대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하는 식약처에서는 명확한 지침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약처는 얼마 전에야 ‘소비자포럼’을 개최하여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불량식품 근절 방안 및 먹을거리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했지만 불량식품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끝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4개 기준에 따라 불량식품을 정의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불량식품에 대한 정의는 “질이 낮은 식품(low quality)”일 수도 있고, “비생위적이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unsanitary) 식품”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좁히면 “부정식품(bad)”이 되고, 가장 좁게 말하면 “위해식품(hazardous)”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질이 낮다고 하여 모두 비위생적이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기 전자가 후자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불량식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불량식품의 범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단속에 있어서도 범위와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위해식품 정도의 수준이 되면 단속하는데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질이 낮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수준이 된다면 영세업체만 적발될 것이다. 아니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게 되어 실질적으로 단속이 무색해질 수 있다. 

 
불량식품을 위험 수준에 따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 및 형벌을 단계화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불량수준, 비위생적 수준, 위해 수준 등으로 나누고, 그 범주를 다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불량수준이라 하여도 계속적‧반복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에 위해 수준에 달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불량이나 비위생적 수준에 대해서는 유형을 최대한 세분화하고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식약처가 불량식품의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식약처로 승격한 의미가 없다. 더 나아가서는 식품안전업무를 다른 기관에 넘겨야 할 것이다.

 

식약처에서는 하루 빨리 불량식품의 법적 개념을 세우고 단속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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