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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담배에 대한 제조물책임을 물은 이유는

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법원에서는 담배에 대한 제조물책임을 부정했지만 흡연자들이 제조물책임을 물으려 했던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고등법원 판례(서울고등법원 2011. 2. 15. 선고 2007나18883 판결)를 통해 흡연자 측에서 주장했던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담배의 제조자 및 판매자(이하 “제조자 등”)가 제조·판매한 담배는 결함 있는 제조물에 해당한다.

 

제조자 등이 제조·판매한 담배에는 발암물질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의존증을 유발하는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는 결함 있는 제조물이다.

 

담배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이나 타르를 제거하거나 그 양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설계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발암 가능성, 니코틴 의존증 유발 가능성을 높게 하였다.

 

또한 이 사건 흡연자들은 1989. 12. 담뱃갑에 ‘폐암발병 가능성’ 경고문구가 표기될 때까지 약 30년간 담배의 제조자 등으로부터 담배의 유해성(유독성, 발암물질, 중독성)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듣거나 경고를 받은 적이 없다. 또한 제조자 등이 담뱃갑에 한 경고는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합리적이고 충분한 설명, 경고로 보기에 부족하다.

 

둘째, 제조자 등은 담배가 해롭지 않다는 내용의 홍보책자를 만들어 담배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하였고, 88라이트, 엑스포 마일드 등의 상품명으로 초저타르, 초저니코틴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마치 이러한 담배들이 덜 해로운 담배인 것처럼 이 사건 흡연자들을 기만하였다.

 

셋째, 제조자 등의 산하에 담배 관련 연구소를 설립·운영하여 오면서, 연구소의 자체 연구와 외국 연구결과의 입수를 통해 담배의 발암성, 유해성, 니코틴 중독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여 이 사건 흡연자들의 폐암 등이 촉진 내지 악화되었다.

 

넷째, 제조자 등은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고 니코틴의 흡수 정도, 흡연량을 늘리기 위하여 다양한 첨가제를 첨가하고 중독성을 강화·유지시키기 위하여 적정한 양의 니코틴 함량을 자유로이 조작하여 흡연자들을 중독자로 만들려고 의도했고, 이로 인해 이 사건 흡연자들의 폐암 등이 촉진 내지 악화되었다.

 

다섯째, 제조자 등은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소비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① 만약 담배를 제조 판매자가 의도한 대로 계속 사용하면 담배소비자에게 해로운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경고를 할 의무,

 

② 만약 흡연가가 사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해로운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에 대한 경고와 안전한 소비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의무

 

③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해로운 결과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금연교육과 청소년 대상 담배판매를 강력히 규제할 의무,

 

④ 담배의 니코틴에 강력한 중독성이 있으므로 일단 담배를 시작한 후에는 담배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경고를 할 의무,

 

⑤ 담배의 유해성분과 발암성분, 중독성을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

 

⑥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대중에게 널리 홍보할 의무

 

⑦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한 후에는 기존의 장기 흡연자를 대상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알려 경고할 의무,

 

⑧ 담배의 해로움과 중독성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담배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안전한 담배를 고안, 제조, 판매할 의무,

 

⑨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제조자 등의 내부 연구 결과를 국민들에게 널리 공포하여 알릴 의무,

 

⑩ 장기 흡연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치료비를 보조할 의무,

 

⑪ 만성 중독증에 걸린 흡연가들이 금연클리닉 등을 통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는바, 이들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군인들에게 담배를 무상으로 지급하거나 담배구입비 명목의 돈을 지급하여, 적극적으로 흡연을 권장하여 국민을 흡연가로 만들고 평생 중독자가 되게 하였으며, 국산담배 장려정책을 펴 왔다.

 

흡연자 측의 이유가 어느 정도 타당한가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이러한 이유는 상당 부분 담배라는 제조물에 결함이 없다는 반증으로도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담배에 대한 제조물책임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담배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쟁점을 더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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