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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취약계층 식품보조는 농촌과의 상생(相生)

최근 경기도 고양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 단칸방에서 세 자매가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세 자매가 고추장 하나를 반찬 삼아 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잇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 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취약계층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가계비 부족이다. 가계비 중에서도 역시 가장 큰 비중은 식생활 유지에 쓰이는 비용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일정 급여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생계급여로서 기본적인 식생활과 영양상태를 유지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본질적인 문제는 복지사각지대의 심각성에 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식품보조제도(Food Stamp Program)’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식품보조제도’ 자체가 우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식품보조제도는 말 그대로 취약계층의 생활에 필요한 식품을 보조해주는 제도이다. 즉 취약계층이 농수산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구입권(Food Stamp Coupon)이나 전자지불카드(EBT)를 제공하여 식료품 소매점에서 식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생계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식품보조제도는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실시하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공황시대 빈곤층 및 실업자들에게 농산물 구매권을 제공하면서 시작된 유서 깊은 정책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식품보조를 위해 매년 농업예산의 2/3에 해당하는 750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수혜 인구만 해도 미국 인구의 15%에 달한다. 어린이 4명 중 1명은 식품구매보조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어린이들은 거의 반이 이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식품보조제도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의 식품보조제도는 배고픔의 고통(food insecurity)도 해결하고 동시에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유도하는 등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농무부에서 자체 예산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농업정책적 기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에서의 식품보조제도는 처음에는 대공황 시기에 잉여농산물을 처분할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현재는 공공복지증진과 취약계층 구제가 주목적이다. 


푸드 스탬프로 인하여 식품소비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저소득층의 영양공급량을 증가시키는 등 식생활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미국의 중추적인 영양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취약계층의 안전한 식품 및 영양을 공급하고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라도 식품보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상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계층 및 잠재적 빈곤층 등 차상위계층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상자를 선정할 때에는 기준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 및 재산기준보다 다소 완화하여야 한다. 급여액은 권장 영양량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의 식품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식품보조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따른 급여와의 조정이 필요하다. 생계비 급여액 중 일부분을 식품구입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급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급자의 정서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쿠폰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항의가 있어 요즘은 credit card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품보조제도의 시행은 취약계층의 식생활 및 영양균형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향후 FTA로 인해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농가 피해의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식품보조제도는 농업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농산물의 과잉공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식품보조제도가 사회적 갈등을 형성하는 등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예산이 확보된다면 식품보조제도를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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