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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고병원성 AI 대응, 국회의원 출신 장관은 좀 달라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전북 고창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출된 항원은 H5N6형으로 직전에 발생해 역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것과 동일한 유형으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에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습지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고병원성 AI 확진에 따라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전국의 모든 가금 사육 농가에 심각단계라 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으며, 전국 가금농가 및 축산관련시설에 대해 일제 소독을 실시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AI 발생했을 때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정권과 농식품부장관이 바뀌고 난 후 처음으로 발생한 것인 만큼 정부의 대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유정복 장관 이후 6년여 만에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다. 이동필 장관과 김재수 장관 당시에는 고병원성 AI 대응에 무능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김 장관의 시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번 고병원성 AI를 제대로 수습하고 예방에 성공한다면 역대 정권과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역시 정치인 출신 장관이 능력도 있다는 평가를 듣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치인 출신 장관의 한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 장관은 국회의원 재직시 농해수위 위원으로 AI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AI의 발생원인 자체가 분명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 개선대책이라는 것도 효과가 의문”이라고 했으며, 당시 농식품부장관에게 “AI의 원인을 철새로만 돌린다면 말만 화려할 뿐 실현 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병원성 AI가 아직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고병원성 AI 긴급현안보고를 위한 상임위를 소집하지 않고 있지만 국회보고가 있으면 의원들의 많은 지적과 질문에 김 장관은 뭐라고 답할까? 국회의원 시절에 정부를 상대로 질문하고 주장했던 것과 다른 답이 나온다면 그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장관에 바라기는 소극적으로는 이번 고병원성 AI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면하고, 적극적으로는 AI의 고리를 끊어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고병원성 AI에 관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정권에서의 고병원성 AI는 역대 최악으로 거의 전국에 퍼졌으며 수개 월 동안이나 지속됐다. 살처분된 닭과 오리만 해도 4천만 마리에 달하고 살처분 가금류에 대한 보상금만 해도 4천억원을 넘는다. 고병원성 AI로 인해 농가는 농가 나름대로 피해가 막대했고, 소비자는 소비자 나름대로 축산물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부실한 대책에 거의 공황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만약 과거의 기록을 깬다면 최소한 AI 대응에 있어서는 역대 가장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불신은 커지기만 할 것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해서는 국민과 언론의 잣대는 매우 엄격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이미 한 발언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뭐가 달라야 할까? 무엇보다 신속한 조치가 우선이다. 지켜보다가 화를 키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음은 전염 및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신속한 조치가 따르면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철저한 예방이 아니면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발생원인은 철새라 하더라도 농가로의 전염과 확산방지는 정부와 농가의 몫이다. 전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시스템만 제대로 가동돼도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철새가 AI의 원인이라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살처분 일변도의 대책도 개선해야 한다. 

김 장관은 농해수위 위원 시절 농민의 입장에서 강조했던 AI 대책 역시 그 소신을 버리지 않고 추진하기를 바란다. 예산의 한계니, 상황변화니 하는 논리로 피해가지 말아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새로운 AI 대응책과 정치인 출신 장관의 AI 대응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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