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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소비자 제보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

몇 달 전쯤에 단골로 잘 가는 만두집에서 만두를 먹고 있는데 그 속에서 잘려진 손톱을 발견했다. 남은 만두를 남기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먹은 것까지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주인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나왔다.


당시 식당 안에는 4-5명의 손님이 있었고, 계산대가 손님 바로 옆에 있어서 말을 하면 손님들이 들을 것이고 그 만두집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구입한 식품이나 주문한 음식에 약간 문제가 있더라도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거나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는 정도로 지나칠 때가 많다. 업체나 식당을 고려하는 마음에서다.


악의로 문제를 삼아 뭔가 얻어내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식품이나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사과를 하거나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의 문제제기에 기업들이 대처하는 자세를 보면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드는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품에서 이물이 발견되거나 세균이 초과 발견된 경우에 소비자들은 먼저 제조회사에 전화해서 사실을 알리고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절대 사실을 말하기 전에 조건부터 내거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2010년에 악의적으로 모 제과 식빵에 죽은 쥐를 넣은 사건처럼 회사 입장에서 억울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의 반응은 대부분 소비자를 마치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며 회사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사람 대하듯 한다.


최근 참치에 기생충이 발견되어 회사 측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는데 회사에서는 “살코기만 들어가는데 어떻게 기생충이 들어가느냐? 혹시 일부러 넣은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러한 말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소비자는 없다. 설사 소비자가 그러한 악의를 가지고 전화를 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니다. 

   
최소한 검사를 한 후 결과를 알려주고 만약 정말 우리 측에 실수가 있었다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응했다면 아마도 대부분 소비자는 없었던 것으로 했을 수도 있다. 제조사가 뻔뻔하게 대응을 한다면 소비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언론에 알려 회사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 회사는 전과가 화려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참치통조림에서 칼 조각이 발견된 때도 있었고, 구두충이 발견돼 식약청으로부터 회수명령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과거에 유사한 사건을 일으킨 회사가 소비자부터 의심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이 과연 이 회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혹여나 회사에서 담당 사원들을 그렇게 교육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버릴 수 없다. 소비자부터 의심하는 회사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면 식품제조회사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를 넘은 것이다. 


항상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부터 회사 측에서는 제조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려고 해도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결국 소비자를 의심하거나 유통회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모 회사의 맥주에서 유리 조각이 실제로 발견되었지만 회사의 제조시스템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유리 조각이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면 자신의 제조시스템을 완벽하게 본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렇게 100% 완전할 수 있을까?


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이 100% 완벽할 수 없다면 회사가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회사의 대응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악의의 소비자 때문에 상당 기간 막대한 소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 건강이 관련된 문제에서 처음부터 자신의 과실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대부분은 식품제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 아닌가? 소비자들을 탓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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