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갑은 처남 을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처방전에 따르지 아니하고 을에게 제공했다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의사 갑에게 자격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할까?
실제 사건에서 의사 갑은 범죄사실이 인정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러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하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의사 갑은 자격정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마도 의문의 여지없이 범죄가 인정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처분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 갑은 행정소송에서 무엇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했을까?
행정법원의 판례(서울행정법원 2022. 4. 14. 선고 2021구합63495 판결)에 나타난 주장을 보자.
첫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사 갑의 행위는 ‘진료행위’ 또는 ‘비도덕적인’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의사 갑은 처남 을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살피면서 병명을 진단하는 등 ‘진찰’에 이른다고 볼 수준의 행위를 하지 아니하였고, 병원이 아닌 원고의 주거지에서 가족 중 일방 당사자에게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누어준 행위만으로 ‘진료행위’ 내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에 근거한 ‘도덕적 비난가능성’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바, 가족 간 일방 당사자가 이미 처방받아 복용 중이던 약을 일부 나누어 준 것에 불과한 행위를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이 있는 ‘비도덕적’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품위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 대한의사협회 내부 징계대상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의료법상 규정 체계와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상 징계권한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그 품위가 ‘심하게’ 손상되어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하여 곧바로 자격정지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달리, 품위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한의사협회 자체 내부 징계대상 행위가 될 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한데 이 사건의 경우, 의사로서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관련 형사판결만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둘째, 의사 갑은 처분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설령 그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행정처분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자격정지 1개월’은 자격정지 기간의 ‘최고 상한’을 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처분청은 재량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위반행위의 사회적 비난 정도, 의사 갑이 입는 불이익 등 정상 참작 사유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감경하였어야 함에도, 최고 상한에 해당하는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하였으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의사 갑의 주장을 보면 좀 그럴 듯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판결이유를 보면 독자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정법원은 의사 갑의 청구를 기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한 ‘의료용 마약류 졸피뎀 안전사용을 위한 기준’에 따르면, 졸피뎀은 사용 시 남용 또는 신체적·정신적 의존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어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사용·투약하여야 하고, 불면증 치료 시 하루 10mg(속효성 기준)을 초과하여 처방하지 않아야 하는 점, 비록 갑이 1회적으로 문진(문진)을 행하였거나 약물(약물)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점, 졸피뎀은 그 자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처방 및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교부 장소가 주거지였다거나 처남 등 가족에게 무상으로 교부된 것이었는지에 따라 달리 볼 것은 아닌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이 을에게 졸피뎀 7정(총 70mg 이상 교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을 제공한 행위는 의료법 시행령에서 말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고,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법 제66조의2 규정에 근거한 자격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 제66조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 고유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권한에 어떠한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자격정지처분에 앞서 갑의 ‘품위 손상의 정도가 심한 것인지’에 관하여 대한의사협회 정관 등 규정에 의한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였다거나 자체 징계대상인지를 먼저 검토하지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보건복지부장관의 의료법 제66조에 근거한 자격정지처분에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된다고 볼 수 없고, 자격정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다(서울행정법원 2022. 4. 14. 선고 2021구합63495 판결).
보건복지부장관의 처분과 법원의 판결을 보면 의사가 처방전 없는 의약품의 제공을 얼마나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