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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한식에 패션을 입히자!

며칠 전 난생 처음으로 '패션모나크(fashion monarch)'에서 주최한 패션쇼를 보았다. 모델들이 입고 등장한 옷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 것이 음식과 패션에 대한 공통점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음식과 패션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커피, 피자, 햄버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패션도 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음식과 패션의 변화를 보면 어느 정도 시대의 특성을 읽을 수 있다. 어느 것이 먼저라 할 것도 없다. 음식과 패션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맞도록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패션의 경향을 보면 음식의 변화를 볼 수 있고, 음식의 경향을 보면 패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이 “시각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패션은 색상과 디자인으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진다. 동일한 사람도 달라져 보인다. 

음식의 시각적 효과 역시 매우 크다.

동일한 맛과 동일한 질의 음식이라도 색을 어떻게 입히고, 모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시키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식당을 선택하거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에도 음식명 옆에 딸린 사진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식에도 패션이 필요하다. 한식의 철학이 담긴 패션을 입혀야 한다. 패션모나크 오선아 디자이너는 “옷에는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겨져 있고, 패션에는 입는 사람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음식의 디자인에 요리사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한식에는 한국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문제는 한식에 한국의 철학이 디자인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한식의 철학이 음양오행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음양오행이 한식의 철학이라면 한식의 맛뿐만 아니라 한식의 외형에도 한식의 철학이 그대로 들어나 있어야 한다. 한식철학을 스토리텔링화 할 수 있는 패션이 디자인되어 있어야 한다.
 
한식에 패션을 입히는 가장 큰 목적은 외국인들이 한식을 처음 접할 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의 맛에 대해서는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고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식의 맛이 한식의 패션을 입고 시각적 효과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식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언론에서 “식품과 패션의 동거가 시작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식품에 패션을 입히면 평범한 음식도 트랜디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재창조되고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러한 경향은 이미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식품의 패션이 아니라 단순한 배열에 불과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더 멀리 내다보면 한식의 패션은 한식과 패션의 융합에 의한 한류의 발전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의 패션화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비빔밥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비빔밥은 한식철학과 패션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색과 재료의 배열에서 한국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다른 많은 한식에 비빔밥의 패션이 적용되어야 한다.

불고기, 삼계탕, 설렁탕 등에도 패션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패션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한식에 패션을 입히는 작업은 한식의 세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맛은 음식의 본질이지만 그 본질을 맛보지 않고도 느끼게 하는 것이 음식에 패션을 입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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