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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냉동 후 해동한 수산물을 생물이라며 팔았다면?

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갈치를 잡아서 냉동하였다가 해동하였으면서도 이를 생물이라고 표시하여 팔았다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해동한 갈치 요리와 생물 갈치 요리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유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 좀 우습게 들릴까? 이러한 사안에 대해 법원에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이유는 다음과 같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9084 판결).

 

식품위생법 제13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누구든지 식품 등의 명칭·제조방법, 품질·영양 표시, 유전자변형식품 등 및 식품이력추적관리 표시에 관하여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시·광고를 하여서는 안 된다.

 

수산물의 표시·광고에서 ‘생물’은 포획 후 냉동하지 않은 채 살아 있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수산물을 표현하는 용어로 ‘냉동’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산물이 생물인지 냉동인지 아니면 냉동 후 해동한 것인지에 따라 보관기간이나 보관방법 등이 달라진다.

 

나아가 수산물을 구입하는 데 신선도는 가장 중요한 품질 평가요소 중 하나로서, 통상 냉동 수산물보다는 생물인 수산물이 신선도가 더욱 높다고 여겨지고 있고, 이에 따라 냉동 수산물보다는 생물인 수산물이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냉동 수산물 또는 냉동 후 해동한 수산물에 생물이라고 표시·광고하는 것은 그 수산물의 품질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급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2. 5. 선고 2015고정2104 판결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6노283 판결에서도 피고인이 제주산 냉동 갈치를 해동시킨 후 이를 ‘제주의 맛 생물 은갈치’라고 표시하여 판매한 것에 대하여 갈치의 품질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를 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대체 뭐라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피고인은 첫째, 식품위생법이 국민의 위생과 보건을 궁극적인 입법목적으로 삼고 있으므로 그 처벌대상 역시 국민의 위생과 보건에 관련된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하는데, 냉동인지 생물인지 여부는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그 처벌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타당할까?

 

이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식품위생법은 제1조에서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 제공’도 그 입법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산물의 경우 생물인지 냉동인지 아니면 냉동 후 해동한 것인지에 따라 실온 상태에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나 부패하는 속도, 보관방법 등이 모두 달라 이에 관한 올바른 정보의 표시는 국민의 위생 및 보건과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6노283 판결).

 

둘째, 피고인은, 생물 갈치와 피고인이 판매한 선동 갈치(배에서 어획한 즉시 냉동하는 갈치) 사이에 신선도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어획량에 따라서는 냉동 갈치가 생물 갈치보다 비싼 경우도 있으므로, “생물”이라는 표현은 품질에 관한 표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품질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식품위생법의 입법목적상 소비자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한 점, 통상적으로는 냉동 갈치보다 생물 갈치가 더 비싸게 거래되고, 일반적인 소비자의 경우 가격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생물 갈치를 더 선호하는 것이 보통인 점, 갈치와 같은 수산물을 구입함에 있어 신선도는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이고,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신선도와는 상관없이 냉동보다는 생물의 신선도가 더 높다고 여겨지고 있는 점,피고인 스스로도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생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냉동 갈치를 생물 갈치라고 표시한 것은 갈치의 품질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표시를 한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6노283 판결)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법원은 피고인은 선동 갈치를 그 포장 그대로 판매할 수 있음에도 이를 해동시켜 재포장한 후 그 박스에 “제주의 맛 생물 은갈치”라는 표시를 붙여 판매하였던 점, 그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선동 갈치를 구입해 가는 소매업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위와 같은 재포장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소매업자들이 선동 갈치를 구입하러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던 점, 게다가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재포장을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선동 갈치를 구입하러 오는 소매업자들에게 “제주산 생물 은갈치 낚시로 잡은 갈치”란 음성이 녹음되어 있는 CD까지 적극적으로 제공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물 갈치가 냉동 갈치보다 품질이 더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6노283 판결)고 보았다.

 

대법원과 하급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는바 이는 일반인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봐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때 피고인의 궁색한 변명에 좀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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