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을 병원 의료진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농양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시도하다가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구체적인 판시내용을 살펴보자. 대법원은 먼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의사의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
“피고인들이 2010년 1월경부터 2013년 11월경 사이에 ○○산 수삼과 국내 기타 지역산 수삼으로 만든 홍삼을 주원료로 ‘봉밀○○홍삼절편’ 제품(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을 제조하고 포장박스 앞면에 제품명은 ‘봉밀○○홍삼절편’, 판매자는 ‘○○인삼농협’, 박스 오른쪽 상단에는 ‘대한민국 특산품’이라고 기재하고,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하여 ‘○○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성 기후로 ~중략~ 홍삼제조 시 최상급인 천지삼 비율이 높게 나타나므로 홍삼원료를 생산하는 6년근 인삼의 본고장으로 명성이 나게 된 것임’ 등으로 광고를 하여 위 제품이 마치 △△ ○○군에서 수확한 ○○ 인삼을 사용하여 만든 지역 특산품인 것처럼 표시, 광고를 하면서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하여 판매함으로써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원산지를 속였다고 하여 공소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도14191 판결). 무죄의 이유가 뭘까? 대법원에서는 먼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14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지난 기고에서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한 자가 살처분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 대법원이 원심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살펴봤다. 지방법원에서 왜 손해배상을 인정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원심이 손해배상을 인정한 그 배경을 알아보기로 한다. 의정부지방법원 2016. 10. 26. 선고 2015가단124958 판결의 일부를 소개한다.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은 소와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대한 전염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하나로,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구강, 비강, 유두, 발굽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된다. 구제역의 주된 전파 경로는 크게 나누어 ① 감염 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 공기 및 분변 등에 접촉하여 이루어지는 ‘직접 접촉 전파’, ② 감염지역 내 사람(목수, 수의사, 인공수정사 등), 차량(사료차, 출하차, 집유차 등), 의복, 물, 사료, 기구 등에 의해 이루어지는 ‘간접 접촉 전파’, ③ 육지에서는 60㎞, 바다를 통해서는 250㎞ 이상 떨어진 곳까지
피고 1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피고 2는 피고 1의 아버지로서 위 농장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농장 인근에 위치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세종특별자치시장은 2015. 1. 8. 구제역의 전국적 확산 방지를 위하여 피고 1에게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 1,500두에 대하여 이동제한명령을 발령하였다. 피고 1, 피고 2는 이동제한명령으로 인하여 자돈을 반출하지 못하게 되어, 자돈의 중량초과(판매되는 자돈의 평균 중량은 30㎏인데, 당시 사육 중이던 자돈의 중량은 57㎏경까지 증가하였다)로 인한 축사 파손, 사료 섭취량 증가 등으로 농장 경경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여, △△농장에서 사육하던 자돈이 구제역에 감염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하여 돼지를 출하하기로 하였다. 강원 철원군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소외 1은 당시 △△농장을 비롯하여 세종특별자치시 일대에 이동제한명령이 발령된 상태였고, △△농장에서 사육하던 자돈들에게 구제역 발생이 의심되는 상황을 알고 있었던 피고 3, 피고 4, 피고 5의 중개로 2015. 2. 7. 피고 1로부터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 260두를 매수하였다. 이로 인하여 구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위해 행사 기간에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피고인이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한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이미 소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역학조사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2심의 판결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아래는 2심 판례의 내용이다(대구지방법원 2022. 5. 26. 선고 2021노3395 판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상주시 보건소의 출입자 및 시설종사자 명단 제출 요청을 거부한 것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한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감염병환자등)’를 대상
‘○○ 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는 △△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이다. 2020. 11. 27.부터 2020. 11. 28.까지 이 사건 센터에서 ‘□□□역량 개발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고 한다)가 개최되었는데,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공소외 1이 2020. 12. 3. 대구광역시 ◇◇구보건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고 한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센터 시설을 관리하던 피고인 1은, 2020. 12. 3. 상주시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담당자인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행사 기간에 이 사건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위 각 명단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고 한다)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 1은 2020. 12. 4.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상주시장의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7290 판결). 이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2항이 중도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규정인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헌법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4도6846 판결). 아래에서는 대법원의 구체적 판시이유를 소개하기로 한다. “개인이 향유하는 직업에 대한 선택 및 수행의 자유는 공동체의 경제사회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 전문규정에 따라 이에 대하여 제한을 가할 수 있는바,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이라 한다)’ 제31조 제2항은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의 거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중도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제한이 기본권제한의 헌법상 한계를 준수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헌법 제123조 제4항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농수산물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서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한 가격구조는 국가경제의 기본적 토대를 형
원고는 2003. 7. 10. 저녁부터 오심, 상복부 통증과 경미한 두통이 있어 2003. 7. 11. 07:50경 △△병원에 내원하였고, 위장 질환으로 진단받고 그에 관한 약과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원고는 2003. 7. 12. 08:33경 발열,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면서 피고 1이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하였는데, 피고 1은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질환으로 진단하고 해열제, 트리민당의정 4㎎ 등을 처방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집에서 잠을 자다가 땀을 흘리며 우는 등 증상을 보였고, 13:00경 부모가 깨우려 해도 일어나지 못하고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원고의 부모는 같은 날 15:00경 피고 1에게 전화로 문의하였고, 피고 1의 권유로 2003. 7. 12. 17:50경 피고 ○○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주요 증상은 ‘13:00경부터 웃다 울다가 말이 어눌해짐’이고 체온은 정상이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원고의 과거력과 증상을 조사하여 추체외로증상, 뇌수막염 의증, 뇌염 의증으로 진단하였는데, 원고가 같은 날 19:00경 열이 나자 해열제와 항생제 등을 주사하였다. 다음 날 07: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제1심 판결은 의료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고, 제2심 판결은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시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즉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시이유는 아래와 같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의료법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해 대법관의 다수의견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반대의견은 보류해두기로 한다. 대법관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다. 의료법 제2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2호, 제3호, 제5조, 제27조 제1항 본문, 제87조 제1항이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각 의료인의 고유한 담당 영역을 정하여 전문화를 꾀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는 한편,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제33조), 진료과목의 설치·운영(제43조),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제77조)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치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