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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맛가루 행정

필자도 몇 번 밥에 맛가루를 뿌려 먹어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 없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집에 맛가루를 사다놓고 뿌려 주는 것도 많이 보았다.


이렇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가축 사료나 만드는데 사용해야 할 재료를 이용하여 맛가루를 만들었다는 뉴스를 듣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모든 맛가루가 다 그러려니 생각하기 마련이다. 불신은 모든 맛가루로 확산되고 말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내 맛가루 시장은 150억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수입제품은 5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규모로만 본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불량 맛가루에 대해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 과연 식약처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불량식품 단속과 결과발표 등에 있어서 식약처.경찰.지자체 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경찰에서 불량 맛가루 업체를 입건한 이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사실 확인에만 급급하고 있다. 일부 맛가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소비자의 불신과 관련 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가 없다.


식품의 특성상 한 식품제조업체의 식품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지면 그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는 모든 식품은 물론이고 문제가 발생한 식품이란 어느 업체에서 생산하던 모두 같은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식품을 생산하는 모든 업체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만두파동’에서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식약처가 지난 만두파동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 맛가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 지는 분명해진다.


당시에도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 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물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나중에서야 불량업체 명단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이미 실기한 후였다.


전혀 문제가 없는 맛가루 업체에도 불똥이 튀는 건 막았어야 한다. 아직도 일부 불량 맛가루 생산 업체를 공개하지 않아 양질의 맛가루를 만든 업체까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맛가루 전체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식약처와 경찰의 더딘 대처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만 가중된 셈이다. 일주일이 넘도록 식약처에서는 조사만 하고 있을 뿐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업체의 맛가루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분명히 했다면 업체들은 업체들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맛가루 그 자체를 불신하기보다는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경찰청의 협력시스템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에서 적발은 했지만 그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발표 여부를 놓고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불량식품 단속실적을 높이기 위해 섣불리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자신들의 단속실적만 욕심내다 보니 아무리 체계가 갖춰져 있어도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사건을 처음 인지할 때부터 경찰과 식약처의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에서는 불량식품 단속 결과 발표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다면 식품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식약처에서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척결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취했어야 하는 조치이다.


매뉴얼이 마련되면 소비자들은 어느 업체의 식품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업체의 식품을 불신하거나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안전한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볼 때도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과 같은 불량 맛가루와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식약처의 의무이다.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지금과 같이 대응한다면 식약처에 대한 회의론은 또 다시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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