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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차기 정부에 바라는 식품안전정책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선거 TV 토론회에서 근절해야 할 4대악 가운데 하나로 불량식품을 언급했다.


식품안전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 역시 소비자 관련 정책제안 가운데 식품의 안전과 안정적인 공급을 가장 우선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식품안전사고는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식품안전사고로 인한 피해건수만 해도 130건에 달한다고 한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것이 그 정도이고 암수(暗數)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홈쇼핑이나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이슈화 됐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식품안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식품안전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할 때가 제도 개선을 위한 최적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당선자가 후보 당시 해양수산부 신설을 공약했고 해양수산부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와의 업무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 식품안전을 위한 일원화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가 농림수산식품부나 식품의약품안정청 등 8개 부처에서 분산해 관리하고 있는 식품안전 관련 정책을 통합해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국가식품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차지 정부에서는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만 제3의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정부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식품안전정책에 대해서는 식품안전 일원화와 같은 문제 외에도 식품사고에 대한 피해구제,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제도 개선, 식량안보, 식생활 및 영양교육, 저소득층 식품보조제 등과 같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식품사고로 인한 피해구제의 문제이다. 해마다 위해 식품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가해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것이고 안전불감증은 느슨한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받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소비자단체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승소하더라도 배상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다시 소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피해자가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가해자인 기업에는 손해배상의 영향이 크지 않다. 위해 식품으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위해 식품을 팔아 남긴 이득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장사하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식품안전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그 대책으로 집단소송제도 내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밝혀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는 위해식품사고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제도이다. 다음 정부와 19대 국회에서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으로 HACCP 적용범위의 문제이다. 17년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적용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HACCP이 영세한 중소업체 위주로 실시되고 대기업의 HACCP 적용은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다.


HACCP의 비중이 높은 곳은 종업원이 10인 이하이거나 매출액이 10억 미만인 업체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볼 때 매출액이 상위 50개사 생산품목수(794개) 대비 HACCP 지정품목수(237개)로 지정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라도 HACCP을 대기업에도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량 자급률 역시 식품안전 분야의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0년 27.6%에서 2011년 22.6%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4개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안정적인 식량 확보 정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과 기후변화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해외식량개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식품안전정책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수용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바람직한 정책이라면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식품안전과 관련해 차기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식품안전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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