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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차(茶) 한 잔이 주는 여유의 의미

현대인은 차 한 잔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점심을 마치고는 거의 주문하자마자 나오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가야 한다. 길거리에서 커피 가득한 1회용 컵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가 대세로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차를 마실만한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이나 사무실에서조차 제대로 된 차를 마실만한 여유를 갖는 것은 웬만해서는 결코 쉽지 않다. 기껏 차를 마신다 해도 티백(tea bag) 정도다. 차향을 느낄만한 차를 마실만한 기회는 거의 없다. 


차를 접하는 게 왜 그리 어렵게 됐을까?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형식에 치우쳤던 차 문화, 발효하지 않은 녹차 중심, 저렴하지 않은 찻값,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차 제품의 한계, 차를 마실만한 여유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차를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차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조차 커피처럼 차를 쉽게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일상에서 차를 마시는 게 습관처럼 돼 있어서 굳이 차를 팔 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차를 마시는 것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실만한 곳조차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차를 마실만한 여유가 있어야 하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녹차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번거로운 과정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후에 코끝에서 느껴지는 차향을 조용히 음미하다 보면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차 한 잔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커피와 달리 애써 차를 찾아야 하는데 차를 살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설사 구입을 했다 하더라도 물을 끓여 차를 넣고 우러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어쩌면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릴만한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할애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굳이 그 번거로움을 거쳐 가면서까지 차를 마셔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녹차와 같은 불발효차는 그 차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물의 온도, 차와 물의 양, 우려내는 시간 등을 잘 맞춰야하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차를 쉽게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


중국인들은 녹차보다는 발효차인 보이차를 즐겨 마시다 보니 참으로 다양한 유형의 보이차를 만들어내고, 따뜻한 물만 있으면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차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여 분말 형태로 차로 마시는 것을 넘어 음식에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익숙한 녹차는 어떨까? 마시기까지의 번거로운 과정과 시간적 여유를 말하기 전에 손쉽게 마실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계속하여야 한다. 티백이나 음료수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커피처럼 단순하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


2014년 12월 29일 ‘차 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다음 해 1월 20일 공포됐으며, 2016년 1월 2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필자가 국회에서 실무자로서 법의 초안을 잡고 전문가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수정하면서 통과할 때까지 직접 지켜보기도 했던 법이다.  


이 법을 만든 이유가 뭘까? 이 법 제1조에서는 “차산업을 발전시켜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차문화 보급을 통하여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직 시행 2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이 법을 통해 차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커피 대신 건강한 차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때 쯤 되면 차 한 잔이 주는 여유의 의미를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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