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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구내식당, 대기업이 꼭 해야 하나?

구내식당에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자영 외식업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대기업 독식의 구내식당 폐지를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는 물론 동맹 휴업 등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창업하는 업종이 외식업인데 60% 이상이 창업한지 3년도 안되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내식당에 외부 손님까지 받고 있으니 주변의 자영 업체들은 그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내식당이 있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 노동조합에 ‘손님을 돌려주세요’라는 호소문까지 배포할 계획이라 한다. 그 고통이 짐작할 만 하다.


대기업이 구내식당에 진출하지 못할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아마도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싸운다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나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할 말이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구내식당에 진출하여야 하는가? 아무리 자본주의사회라고 해도 자영업자가 성장할 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기업윤리에 반하는 것 아닌가? 사실 대기업이 구내식당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기업윤리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급식시장은 LG유통 FS사업부가 LG트윈타워 사원식당 사업에 진출한 후 신세계백화점, 제일제당 등이 급식사업에 진출했다. 지금은 대기업을 포함한 상위 9개사가 급식 시장의 67.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급식업의 규모 또한 올해 기준으로 18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면 상생과 기업윤리를 무시할만 한 걸까? 


대기업이 자영업자의 토대를 침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영업자의 토대를 세워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그리고 자신들은 그러한 자영업자를 통해서 성장한다면 어떨까?


대기업이 기업윤리를 중시하여 구내식당 진출을 자제한다면 사회는 분명 그 기업윤리를 높이 살 것이고, 소비자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 하여 계속하여 구내식당을 확대해 간다면 소수의 힘없는 단체가 모여 국회에 이를 자제하도록 하는 입법을 해달라고 청원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


위탁을 주는 대기업이나 관공서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중소업체들을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위탁을 하는 대기업이나 관공서의 경우 공정한 입찰과 과정을 통해 위탁 급식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대기업 급식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사실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대기업이나 관공서가 입찰을 한다는 것은 거의 경제성만 고려한 판단 아닌가? 고객의 선택권을 운운하는 것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오호석•제갈창균 상임대표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골목상권이나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린 상태로서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의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그대로 방기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우리 사회의 경제 기초가 흔들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그 영향은 대기업에도 그대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대기업이 구내식당에 진출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감소되고, 소득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동반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구내식당 진출을 자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불황으로 고통받는 주변 음식점들을 위해 구내식당을 매주 하루 또는 매달 하루 이상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너무나 미미하다. 불필요한 구내식당을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구내식당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 중소 급식업체 비중을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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