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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식품정책, 해석의 남용과 시스템적 사고

정책은 아무리 완벽해도 모든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 때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추상적이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 입법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입법 공백이 생겼을 때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를 열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한 후에 정부에 이송되어 시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때는 이미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국회에서 추상적으로 법을 만들고 정부에서는 이 법을 근거로 집행을 한다.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법에 대한 해석은 필수적이다.

해석은 임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해석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법의 해석은 법의 추상성과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전제로 한다. 만약 법이 추상적이지만 이를 해석하는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해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입법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식품정책의 경우에는 해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식품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입법만으로는 부족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입법자의 의도를 기초로 세부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부의 정책집행과정을 보면 너무나 시스템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스템화가 너무 심해 판단의 경직성을 불러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품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소비자의 건강이고 다음으로 업체가 받을 타격이다.


시스템이 경직되면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맛가루 사건을 보자. 경찰에서는 단속을 했고, 식약처에서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의 결정은 시스템 속에서 나온 결론이다.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결론을 내리게 되니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위해하지 않지만 비위생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비위생적이라도 그것이 감정상 먹을 수 없는 정도라면 제재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확대해석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되겠지만 식품안전과 식품위생에 있어서는 국민의 건강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지는 명확해진다. 행정부에서 입법부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해석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중소식품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거의 유사한 위반이 있어도 영세업체들은 행정처분을 당하고 대기업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불량식품 단속에서 보는 것처럼 만만한 게 영세한 식품업체다. 동일한 규정임에도 영세한 식품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하고, 대기업에는 후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대기업을 봐주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해석을 남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의 맥주에 유리 조각이 발견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생산시스템을 볼 때 다른 맥주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반면 영세한 업체의 식품에서 유리 조각이 발견되었다면 그 자체만으로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이다.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 자체는 동일한데 다른 잣대를 가지고 해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행정부가 계속하여 이처럼 해석권을 남용한다면 국회에서는 그만큼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입법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 역시 법 해석 기관이다. 너무나 엄격하게 해석하여 국민의 건강에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될 것이며, 임의적으로 해석하여 대기업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도 안된다. 또한 해석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국민의 건강’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제도는 인간 다음이다. 제도 역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것도 인간의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회에서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더라도 행정부의 공무원들이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식품의 경우 국민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입법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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