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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한식(韓食), 조리(調理)에 대한 정책적 접근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 외국에 살면서 어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어 어머니가 알려주시는 그대로 끓여봤지만 전혀 어머니의 김치찌개 맛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를 비롯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동일한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데 동일한 맛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정확히 계량해서 음식을 만드는데도 생각했던 맛은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조리법 때문일 것이다.
 
레시피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재료를 어느 정도 넣고 어느 정도 불로 얼마나 끓여야 하는가를 설명하지만 이 이상 구체적인 방법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 이상을 설명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손맛”은 쉽게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리법이 같다 하더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르게 나타난다. 어쩌면 이것이 한식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모든 걸 손맛에 미룰 수는 없다. 손맛에만 미룬다면 한식진흥과 세계화는 기대할 수 없다. 한식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리법”이란 조리를 하는 방법 또는 기술을 의미한다. 한식은 다른 나라의 음식에 비해 특히 그 조리법이 매우 중요하고 다양하다.
 
한국 요리를 직접 만들어본 외국인 가운데는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도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들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마도 표준화된 조리법, 그들에게 맞는 조리법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식의 매력과 한식의 세계화를 말하지만 진작 중요한 “조리”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식의 핵심은 조리라 하더라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영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맛을 봤을 때 입에 맞지 않다면 다시 그 음식을 찾지 않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한식을 진흥하고 한식을 세계화하는데 있어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조리법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간단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식진흥과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한식의 조리법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두었나?
 
많은 조리인들이 한식조리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책적 조명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마 정책적 조명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한식의 조리법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한식진흥법을 제정한다면 여기에는 한식의 조리법 연구‧개발에 대한 부분이 반드시 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식의 조리인 역시 한식의 진흥과 세계화를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사람들이다. 조리인 가운데는 각 분야에서의 전문가 역시 많을 것이다. 한식의 조리법 보존과 새로운 조리법 개발을 위해 이러한 인력을 조직화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식의 조리법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한식에 대한 철학과 문화와도 직결된다. 조리법에는 요리하는 사람의 혼이 담겨져 있다. 한식철학과 문화에서 “조리”를 빼버린다면 영혼 없는 그림자와 다를 바 없다.

한식의 형식과 재료가 아닌 한식의 조리법을 재조명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해 한식진흥과 세계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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