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도열병, 이삭도열병 등 매년 병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법에 명시된 피해지원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은 27일 농림축산식품부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지난 8월 집중호우와 저온현상으로 발생한 남부지방의 벼 이삭도열병 피해 농가들에 대해 재해복구비 지원과 등급 외 수매를 실시하고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 대상 병해충을 확대하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르면 기상여건이 직접적 원인이 돼 발생한 병해충을 농업재해로 규정하고 있으며 재해대책법상 지원기준인 피해규모 50㏊를 넘는 지역이 9개 시군이나 되는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피해조사와 복구지원에 나서야 할 농림부가 직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남과 경남지역에서 발생한 벼 이삭도열병 피해는 피해규모가 극심한 50㏊ 이상인 시군만 해도 9개 시군 6100㏊에 이르고 농가 피해액도 770억원을 초과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제출한 발병원인 분석자료를 보더라도 이번 이삭도열병이 최적의 조건에서 발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정훈 의원은 "정부는 이러한 피해규모와 발생원인을 애써 외면하면서 도열병 발병의 원인을 농민들의 과다 시비나 적기방제 미준수라는 농민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병해충 피해를 지원하면 병해충 방제를 해태할 우려가 있다는 해괴한 이유로 정부의 지원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농정당국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병해충 피해가 지원대상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평균 77만9,000㏊의 병해충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이상기후에 따른 신종 병해충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정부의 재해보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신 의원은 “재해대책법에서 병해충을 규정하고 있고 이상기후에 따른 기상재해로 인해 신종 병해충 발생도 증가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현실인데도 재해대책법에 규정된 병해충 피해에 대해 정밀한 조사 없이 복구지원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반농민적 처사”라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또 “병해충이 발생하면 심한 경우 피해율이 80~90%나 된다”며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피해 보상은 물론이고 피해 벼에 대해 등급 외 수매를 실시해야 하며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대상에 병해충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피해복구 지원을 심의해 확정하는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지난 2004년 이후 올해까지 10년 동안 당연직과 위촉직 위원들을 전부 정부관료나 학계 교수들로 임명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농민단체 대표나 농업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의위원회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심의위원을 적어도 30% 이상은 참여시켜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