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수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횡령, 비리, 방만경영으로 얼룩진 수협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수협은 자산 51조5000여억원, 15만8000여명의 조합원, 그리고 92개의 회원조합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조직이다. 중앙회 및 회원조합 금융점포만 556개에 이르지만 이를 감시할 인력은 26명밖에 되지 않아 감사 기능이 사실만 마비됐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지난 5년간 574명의 수협 중앙회 및 회원조합 직원이 징계를 받았다"며 "수협의 감사시스템이 취약해 직원들의 부정비리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사량수협 직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이나 84억원을 지속적으로 횡령했지만 수협은 2009년, 2011년 중앙회의 두 번의 감사에서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 지난해 부산시 수협에서 2007년부터 2013년 1월까지 17억 63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비리 사건이 적발된 바 있지만 2012년 중앙회 감사에서는 부산시 수협 지적사항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협중앙회의 비리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9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비리현황은 이에 5배로 4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거의 대부분인 93%의 비리가 퇴직 이후에 적발되거나 비리가 적발된 당일 날 퇴직 처리가 돼 변상금 미회수 금액의 97%는 퇴직자들로 퇴직 후 변상금을 갚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
같은 당 윤명희 의원은 "최근 3년간 정기감사시 지적 사항이 하나도 없는 조합이 평균 8개 조합이고 지적건수가 1~2건인 경우는 평균 12개 조합으로 감사를 받는 46개 조합중 약50%에 해당하는 조합들의 지적건수가 2건이 채 되지 않는 수박 겉핥기식의형식적인 감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회장 소속으로 회원의 업무를 지도, 감사할 수 있는 조합감사위원회를(이하 조감위) 두고 있으며 수협법에 의거 조감위는 회원조합의 재산 및 업무 집행 상황에 대해 2년마다 1회 이상 조합을 감시(정기감사)해야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은 "최근 1년간 임직원 횡령 현황을 보면 5년간 190억원 횡령, 3년간 28억원 횡령, 7년간 17억원을 횡령해도 무방비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수협의 전국 92개 단위조합 중 부실조합이 25개로 4곳 중 1곳이 부실조합이다"며 "감사는 부실이고 횡령은 계속 발생하면서 악순환을 낳는 구조이다"고 말했다.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박민수 의원은 "수협중앙회는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받았으면서도 한 푼도 못갚고 임직원은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어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수협중앙회가 억대의 연봉을 책정하고 있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수협중앙회와 32개의 회원조합에 임직원 자녀가 77명이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다"며 고용세습 문제를 지적하고 "고시채용과 전형채용은 면접이라는 주관적 사실만 갖고 평가하는 부분이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전체 회원조합 92곳 가운데 24곳(26%)이 자본 잠식됐다"며 "부산시 수협은 전체 조합 가운데 가장 부실한 곳으로 자본잠식이 55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부실조합의 자기자본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총 323억3900만원의 자본잠식이 이뤄진데 이어 2012년 989억100만원, 2013년 1042억1300만원 등 부실조합의 재정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의원은 "수협의 부실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경영개선지원 자금만을 투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조합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개선목표 부여 및 관리를 강화해 부실수협에 대한 과감한 경영개선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수협의 비리와 방만경영 지적에 대해 "저희가 그래도 권익위원회에서 청렴도 조사할 때 최고 등급을 받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