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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맛8]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이토록 완벽한 한량...강순필 와인강 대표

[푸드투데이 = 조성윤,노태영기자] 가공하지 않은 날 것, 팔딱팔딱 힘차게 뛰는 물고기. 강순필 대표를 만난 첫 인상이다. 신선한 새로움이 느껴진다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새로움을 분석한다면서 이전의 틀을 적용해 생각한다면 그것은 구태일 수도 있다.

 

경제 위기로 온나라가 신음하던 1998년, 와인과 벼락같은 사랑에 빠진 사내는 독일로 건너가 와인경영학을 전공한다. 간단한 독어 한마디 구사하지 못하고 독일어 알파벳을 겨우 익힌채로... 무모한 도전을 한 청춘이었지만 하루하루를 허투로 살지 않는 댓가로 학사관리가 엄격한 독일의 대학을 졸업하고 20여년전 도곡동에 와인바를 오픈한다.

 

"학기 중엔 열심히 공부를 했고 방학이면 유럽 전역의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면서 차박을 했죠. 사실 와인은 떼루아(토양)이 훌륭한 프랑스가 유명합니다. 하지만 독일은 굉장히 과학적인 나라입니다.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도 과학적인 묘안을 짜내 와인을 완성하는 독일이 유학지로 더 끌렸어요.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독어가 모국어인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는 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일 수도 있는 일이었어요. 늘 결정적인 순간이 오길 기다렸지만 내가 보낸 모든 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는 말처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채웠습니다. "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학생으로 재학하는 도중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독일와인품질 평가위원으로 발탁됐다. 학사관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독일 8학기 준석사 과정을 7학기로 마치는 조기졸업을 했다. 여기에 성적우수 장학금을 와인경영과 최초로 받는 기염까지 토했다. 

 

2005년 귀국한 그는 와인수입사와와 와인샵을 오픈해 와인시장을 개척해나갔다. 그가 운영하는 와인수입사는 워커힐 호텔 등 서울의 호텔과 강남 등지의 레스토랑에 와인을 유통하고 있다. 

 

"수익만 고려하면 가장 높은 금액대의 와인을 수입해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금액을 기준으로 함께 일할 사람과 소비자를 선택하지 않아요. 잠재적 가치만 생각하죠, 제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철학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의 사업장인 동시에 '살롱'인 와인강은 와인을 사서 갈 수 있는 와인샵이자 동시에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캐주얼 와인바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대의 와인이 주를 이룬다. 또, 특이하게도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했다. 

 

"이 곳을 오픈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돈을 버는 게 아니었습니다. 와인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불편한 술이 아니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입니다. 멋지지만 편안한 공간과 와인을 소개해서 사람들이 그것에 반해 구매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든 다음 돈을 벌고 싶었어요."

 

허세의 언어가 아닌 진정성으로 대화를 하는 법을 아는 강 대표는 특유의 친근함을 살려 2020년 새로운 도전을 했다. 캠핑과 여행,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 등, 자연스러움을 담은 컨텐츠를 유튜브에 써내려갔다. 구독자는 어느새 40만명을 향해가고 있다. 

"사실 와인에 대해 소개하는 컨텐츠가 참 많았어요. 처음에는 강의식으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최애 복장인 백호 티셔츠를 입고 바이크를 타는 모습부터, 편의점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캠핑, 차박 등 원래 제가 살던 모습 그대로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작업 방식은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죠."

 

일탈을 원하는 소년같은 면이 있지만 본인이 갖춰야 할 책임감이나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말투다. 낯선 독일 땅에서, 귀국 후 와인사업을 하면서 겪었을 설움과 어려움이 없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강 대표는 세상에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 어른티가 난다. 풍선껌처럼 부풀었던 감정을 이야기 하다가, 이내 제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외로움을 아는 남자. 이런 과정을 일련의 훈련처럼 반복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틀을 찾은 것이 아닐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빈티지는 어리지만 맛과 향이 풍부한 레드 와인이 떠올랐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독일 시골마을의 어딘가에 와인에 취해 포도밭에서 풍찬노숙을 할 수 있을지 모를 그를 위해 Zum Wohl. Du bist die ewige jugend.

강순필 대표는

독일 하일브론 대학 와인경영학과 졸업

전 독일 국가공인 와인품질평가 위원회 위원

(주)와인러버, 와인강 대표

와인강사 및 칼럼리스트

결선 심사위원 및 리더

-비니아시아 어워즈

-코리아 와인 챌린지

-베를린&아시아 와인 트로피

루마니아 와인 앰버서더

Best Importer-아시아 와인 트로피

와인유튜버-와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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