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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young...최영은 C막걸리 대표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벨기에와 싱가포르, 홍콩을 넘나들며 살았던 소녀는 생막걸리와 사랑에 빠졌다. 첫 인터뷰 당시 그녀는 어린시절의 상황을 "모든 것이 제게 달렸었죠. 스스로 결정해야 해요. 어린 저에게 중요한 가르침이었고 그 깨달음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3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다. 전통주와 냉혹한 현실을 앓고 혹독한 성인식을 치른 소녀는 여자가 됐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앳된 외모와 반짝이는 눈동자는 그대로였지만, 현생을 살고 있는 고독함과 고민은 어쩔 수 없었다.

연초록에서 짙은 녹음(綠陰)으로 가는 계절. 비가 흩뿌리는 날, 양평에 위치한 최영은 대표의 양조장에서 다시 그녀를 마주했다. 두 번의 만남이지만 진심은 찰나처럼 스쳐갔다.

 

처음 만나면 오해할 수 있는 차가운 이미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다정다감하고 따듯하다.

 

"제가 막걸리를 만들때와 달리 전통주 시장이 많이 넓어졌어요.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덕분에 저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난 그녀가 만든 술을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최영은 대표가 만든 술의 저력을 알기에 제품력보다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다. 제품은 언제든지 논할 수 있다. 

 

최 대표가 만든 술은 종류마다 컬러가 확실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확실한 퍼포먼스와 영역이 있다. 마치 술은 만든 최영은 대표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의 절반에 가까운 시기를 기자로 분해서 지냈다.

 

이 직업의 묘미는 무엇보다 '사람'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성장, 혹은 시련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적 특성상 전통주를 시음할 기회가 많은 나는 애주가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의 전통주는 국가의 보조와 온라인 판매를 등에 업고 '가격대비 별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사실적인 상황이다. 한마디로 거품을 머금은 제품들이 너무많다.  저마다 책정한 가격에 구매하기 아까울 정도다.

 

이 같은 주절거림에 최 대표는 ‘시그니처 큐베’에서 도수를 9도(%)로 낮추고 부재료 비율을 조절한 ‘시그니처 나인’을 상시 판매하는 라인업을 갖추고 제철 재료를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알게된 공식 중 확실한 것은 꿈을 이루는 사람은 DNA가 다르다.  성공할수록, 또는 실패할 수록 사람들은 자기중심적 경향이 짙어진다. 인간은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이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척도다.

2020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계절에 만난 그녀는 뽀송뽀송하고 바삭바삭했다. 외모도 말투도 행동도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2023년 내가 만난 그녀는 놀라우리만치 그대로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 만의  '꿈'을 달성하는 성장기에 있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돈은. 성공은, 자기중심적 경향을 더 강력하게 표현하게 한다. 악인이었는 호인이었는지 본인이 타고난 성질을나타나게 한달까. 내가 만난 2023년의 최영은 대표는 그간의 작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더 겸손해졌으며, 더 웃음이 많아졌고 여유가 생겼다.

 

미래는 고민하지 않아도 너무 빨리 오기에... 인터뷰를 할 땐 좀처럼 던지지 않지만 나는 문득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성공', 아니...'꿈'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그녀가 비누방울 같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1980년대 후반, 뛰느방의 와인메이커 ‘장 뤽 뛰느방’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13년 동안 뱅커였지만 쌩떼밀리옹 지역 0.6ha의 빈야드를 인수하여 1991 빈티지 샤또 발랑드로를 출시하며 뛰느방 와이너리의 역사를 다시 썼죠. 전통적인 양조방식에서 벗어나서 독창적 형태로 만들어내는 그의 보르도 와인들은 ‘가라지 와인’으로 불리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저도 그를 닮고 싶어요."

 

전통주의 미래를 지속해서 두드리는 여자. 바질,개똥쑥 등 제철재료가 나오면 한여름에도 밭일이 본업인 사람처럼 밭으로 들로 땀방울을 흘리며 쏘다니고, 미숙아라고 해도 산채로 내놓아 자신만의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는 여자. 이 여자를 어찌 프로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Forever young. 그녀의 젊음은 아마도 계속 될 것 같아. 나이를 알 수 없다.

 

"제가... 최영은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전통주도 와인처럼 ‘프리미엄’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품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겠죠.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똑같은 포도 품종도 지역과 생산자에 따라 가치가 다르잖아요."

서울 강남에서 한 시간 남짓, 그녀의 양조장을 운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이 길을 지나가며 그녀가 느끼는 고민과 생각의 깊이는 우물과도 같았을 것이다.

 

겸손함과 진지함, 그리고 자신감. 나는 이 감정들의 출처가 동일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그녀도 통달한듯 했다.  오랜시간 기자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본업과 소비자의 접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녀의 미래가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너무 찬란해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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