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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준 박사 칼럼> 현실 모르는 축산물 HACCP 인증..."마장동서 국밥 한 그릇 먹어 보라"

1959년 미국 우주계획용 식품제조에서 시작된 HACCP이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도입돼 50여년이 지났다.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 중 하나로 지정하고 이를 근절키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최근 식품 위생사고가 끊이지 않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HACCP 인증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본지는 HACCP교육기관 미래엠케이씨 유영준 대표로부터 연재를 통해 HACCP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필자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자주 간다.


축산물 포장처리업, 축산물 판매업 등 축산물 HACCP 인증 컨설팅을 위해 여러 차례 갔었는데 최근에는 ‘순대’도 올해 12월 1일까지는 의무적으로 HACCP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전보다 더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답답하다. 정부·식약처에 대한 항의를 무마하고 사실은 영업자들한테 좋은 제도라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모 포장처리업 현장에 가서 공사하는 사장님과 여러 얘기를 하고, 소위 레이아웃(평면도, 작업자 동선 및 제품 동선을 HACCP 기준에 맞추기 위해 평면도를 그리는 일)을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런 방법이 최선인가?


개별 사업장별로 HACCP 인증 준비를 하니 낭비도 이만저만 아니다. 너무 좁은 작업장에서 HACCP 기준을 맞추어 봐도 실제로 좋은 작업장이 될 수가 없다.  HACCP 인증 심사원들이 와서 보더라도 곤란한 점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과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서울시장, 성동구청장 등 관계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은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다거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한다면 더 큰 문제이다.


하나의 제안을 한다.


정부 관계 당국자가 마장동에 와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국밥 한 그릇씩 먹고 가길 바란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마장축산물시장은 1922년 개장한 숭인동 가축 시장에서 시작돼 1958년 마장동 청계천변 부지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하루 최대 소 250여 마리, 돼지 2000여 마리가 도축되었으나 1998년 도시개발로 35년간 운영되었던 마장동 도축장은 문을 닫고 축산물시장은 계속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산물 전문 도·소매 시장으로 면적은 11만6150㎡이며, 총 3000여 개의 점포로 이루어져 있다. 연간 이용객 수는 약 200만 명, 종사자 수는 약 1만2000명에 달해 단일 육류시장으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이다.


그러나 환경은 매우 열악하기 그지 없다. 시장 중앙통로에 지붕을 씌우고 전기·통신시설, 하수관 등을 정비하여 시설을 개선하였고 길을 넓히고 소방도로를 만들어 화재에 대비하였다지만 여전히 노후화된 건물이 많고, 도로와 주차공간이 매우 좁다.


상인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유통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대구 서문시장, 여수 수산시장 또는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 같은 대형 화재가 여기라고 피해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왜 마장동에서 밥을 함께 먹어야 하는가?


와보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와서 그냥 밥만 먹으면 소용없다. 보나 마나 예산 타령, 법규 탓, 건물주 문제, 세입자 문제, 노동자 문제, 각종 이권, 인근 학교 아파트 주민들 등 이해 관련자들의 합의가 어렵다는 등 밥 먹기도 전에 준비해 갖고 올 핑계거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 정부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예외 조항을 만들면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건축부담금)제는 투기억제책으로 도입되었다가 이미 2014년 정부가 폐지를 발표했으나 국회에 의해 유예된 낡은 제도에 불과하다. 그동안 재산권 침해 소지, 재건축 시장 위축 등의 이유로 꾸준히 추가 유예 또는 폐지가 요구되었다. 


서민 서울시장이라는 평소의 주장이 헛소리가 아니라면 시장 내의 수많은 세입자·노동자 등등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인데 용적률, 건폐율 조정 등 시장이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여기에 100층까지 올려 보자.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필요하면 민간 자본 투자 유치를 하면 좋은 것이다. 


식약처장은 소규모 개별 영업자들만 몰아붙이지 말고 대형 집단화된 세계 최고의 HACCP 사업장 한번 만들 용의는 없는가? 세계 최고의 명품 시장으로 거듭나 유커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좋은 관광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제발 마장동에 와서 밥 한번 같이 먹어라.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메뉴들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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