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인증 조건 시설자금을 지원 받은 식품업체에서 조차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등 반납.취소 사례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인증을 자진 반납한 업체에 대해 지원된 보조금 환수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낭비를 줄이고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식약처는 HACCP 제도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HACCP 의무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매년 의무적용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소규모업체를 대상으로 HACCP인증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인증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데 2000만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최대 1000만원(50%)까지 자금으로 지원해주는 ‘HACCP 위생안전시설 개선자금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로부터 제출 받은 ‘HACCP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 위반 현황 및 시설 개선자금 지원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HACCP 인증업체 가운데 2011년 이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업소 중 식약처로부터 HACCP 인증을 조건으로 시설 개선자금을 지원받아 인증을 받은 후 적발된 업체는 총 58개소로 확인됐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각각 8개소, 19개소, 31개소가 적발돼 3년간 무려 3.9배나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대표적인 식품업체로는 삼점삼소스코 담양공장으로 식약처로부터 2011년 5월 11일 HACCP 인증을 받아 5월 18일 개선자금을 신청해 6월 2일 시설자금을 지원받고 10월 24일 HACCP 인증 품목인 김치(배추)에서 청개구리가 검출돼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식품사업소 경남공장의 경우에도 2012년 인증을 받고 시설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인증 이후 배추김치에서 벌레가 발견됐고 동일식품 강릉공장에서도 2011년 인증을 받아 시설자금을 지원받은 후 2012년 배추김치에서 역시 벌레가 발견됐다.

또한 등대식품 부산공장에서는 2011년 인증을 받아 시설자금을 지원받은 후 2012년 어묵에서 합성수지가 검출됐다. 이어 별가식품 안성공장에서는 2011년 인증을 받아 시설자금을 지원받고 2013년 냉동식품에서 곰팡이 발견됐으며 명성식품 부천공장에서도 2011년 인증을 받아 시설자금을 지원받고 2013년 어묵류에서 접착테이프가 발견되어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설자금까지 지원 받아 인증을 받은 업체는 총 58개소로 주요 위반사항을 살펴보면 ▲이물혼입 및 검출‧미신고 위반 13개소, ▲영업변경 및 영업자준주사항 위반 12개소, ▲표시기준 위반 9개소, ▲위생적취급기준 위반 7개소, ▲기준규격 위반 6개소, ▲시설기준 위반 6개소, ▲자가품질검사 위반 2개소, ▲품목보고 위반 2개소, ▲건강진단 위반 1개소 순이다.

뿐만 아니라 시설 개선자금을 지원받은 후 반납된 업체는 14개소에 이른다. 이 중 12개소는 폐업(7개소), 생산중단(5개소)으로 자진반납됐고 나머지 2개소의 경우에는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에 대한 기간미준수로 인해 지정취소됐다. 14개소에 지원된 시설 개선자금은 한 개소당 1000만원씩 총 1억 4000만원이다.

보조금 환수 규정을 보면 보조금을 지원받은 영업자는 1년 이상 해당 품목의 HACCP 지정을 유지하면 이후 기준준수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환수할 수 없게 돼 영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햇담푸드 인천공장의 경우 2011년 11월 7일 인증을 받아 시설 개선자금을 지원받은 후 식약처의 시정명령(기준준수) 조치를 3차례나 지키지 않아 지정을 취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바다세상 부천공장에서도 마찬가지로 1년 7개월만에 지정을 취소하고도 지원한 시설 개선자금을 환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HACCP 인증을 받고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가 총 366개소로 2011년 109개소, 2012년 111개소, 2013년 146개소로 나타나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66개소 가운데 37.7%에 해당하는 28개소는 2회 중복 위반업체로 나타났고 8개소의 경우에는 3회 위반 상습업체로 확인됐다.

먼저 3회 위반 식품업체로는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을 운영하고 있는 SPC 계열 ▲삼립식품 시흥공장에서 제조한 빵에서 비닐과 금속 등의 이물 검출 2건, 표시 위반 1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고 GS25시편의점 자체 공장인 ▲후레쉬서브 오산공장에서 제조한 제육볶음도시락 등 즉석식품에서는 벌레, 고무, 탄화물 등 이물검출 3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제제과 청원공장 캔디에서도 금속, 탄화물 등 이물혼입 및 검출 3건 ▲롯데제과 대덕공장, 과자에서 머리카락, 실, 탄화물 등 이물혼입 검출 3건, ▲크라운제과 대전공장 과자에서 곰팡이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표시위반 1건 ▲정우식품 양산공장 김치에서 벌레 등 이물혼입 1건 시설‧표시기준 2건 ▲칠갑농산 청양공장 떡에서 벌레가, 냉동만두에서 고무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표시기준 1건 ▲태경농산 대구공장에서는 기준규격 2건, 영업자준수사항 1건 위반 등 이상 8개소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2회 위반 식품업체로는 종가집으로 알려진 ▲대상FNF로 HACCP 인증을 받은 횡성공장에서 제조된 배추김치에서 벌레 등 이물검출 1건, 이물신고미보고 1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고 맥심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 부평공장에서 제조된 조제커피에서도 이물검출 2건이 적발됐으며 ▲롯데제과 양산공장 초콜릿가공품에서 실 등 이물검출 1건, 표시기준 1건 ▲롯데제과 영등포공장 빙과류에서 나무, 초콜릿류에서 접착제 등이물혼입 및 검출 2건 ▲농심 군포공장 과자에서 비닐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농심 안성공장 유탕면류에서 이물보고 2건 ▲농심 아산공장 과자에서 합성수지, 고무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오리온 익산공장 초콜릿류에서 곰팡이, 비닐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오리온 청주공장 추잉껌에서 섬유, 분당가루 등 이물혼입 및 검출 2건 ▲오뚜기 음성공장 소스류 및 레코르트식품에서 이물보고 1건, 표시기준 1건 위반 등 총 28개소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현숙 의원은 “HACCP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의무적용 대상을 늘리고자 지원하고 있는 시설 개선자금을 지원받고도 식품업체의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인증을 받기 위해 시설 개선자금을 1000만원까지 지원 받고 폐업, 생산중단 등의 사유로 인증을 자진 반납한 업체에 대해 지원된 보조금을 환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욱 문제로 지정 유지 기간이 지나더라도 기준준수의무를 상습적으로 거부해 지정을 취소한 업체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강조했다.

이어 "인증업체에서 중복‧상습적으로 이물이 검출되고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식품당국은 제도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고 제도의 질적 실효성을 제고할 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