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올해 접종할 코로나백신 주사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같은 양의 백신으로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최소잔여형주사기(LDS) 생산으로 백신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7월말까지 사용할 LDS주사기 4000만 개를 구매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중기부가 주사기 부족을 염려하여 주사기생산량을 늘리고 식약처가 한 사람이라도 코로나백신을 더 많이 접종할 수 있도록 LDS주사기 생산을 강조하며 질병관리청이 4천만 개의 주사기를 사전에 확보한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노르웨이에서 백신접종 후 23명의 사망자 발생은 분명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으며 대부분이 요양원에 입원한 80세 이상 고령자로 알려지고 있다.
노르웨이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의 경미한 부작용이 취약계층에게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령자 등에 대한 접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백신자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접종과정에서 주사제에 이물질이 혼입되지 않았는지 주사기의 안전성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주사하는 과정에 유리앰플의 유리파편이나 바이알의 고무가루가 인체에 유입되어 위해를 일으킨다고 수년전부터 계속적으로 지적하며 식약처에 그 대책을 요구하여 왔다. 주사액이 담긴 유리앰플을 절단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유리조각이나 바이알 사용 시 발생하는 고무가루 등이 체내로 유입돼 혈관에 쌓이면 조직괴사나 정맥염, 암 발생 등의 위험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환경의 신생아집중치료처치실 환자, 중환자실 환자, 암환자 등의 중증질환자 및 중증수술환자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필터주사기를 사용하도록 권장하여 왔다.
관련연구결과에 따르면 10㎖ 유리앰플의 경우 유리조각의 주사액 혼입비율이 100%였고, 평균 유리조각 수는 101개이며, 최대 유리조각 크기는 534㎛였다. 사람의 폐 모세혈관 지름이 10㎛라서 이보다 큰 이물질이 인체에 쌓이면 폐색전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인체에 흡수된 이물질은 가장 먼저 폐에 이르고 이어 간을 거쳐 콩팥으로 간다. 이물질이 폐, 콩팥, 골수, 뇌 등에 축적되면 내피세포를 손상해 혈전이나 육아종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물질이 미세혈관을 막아 신생아괴사성장염은 물론 박테리아 오염이 일어나면서 패혈증도 일으킬 수 있다.
필터주사기는 주사 유리앰플 개봉 시 발생하는 미세한 유리파편이나 바이알 사용 시 발생하는 고무가루 등이 인체에 유입되지 않도록 여과시켜 안전성을 향상시킨 주사기이다. 그러나 일반주사기는 주사액 속에 이물질이 들어 있을 경우 우리 몸에 유입되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그러나 필터주사기는 주사바늘에 필터가 장착된 주사기로 체내에 아주 미세한 알맹이 물질로 인한 조직괴사, 혈전, 패혈증, 정맥염 유발을 사전 차단하는 주사기이다.
학계보고에 의하면 필터주사기를 사용한 성인의 경우 정맥염 발생률이 12~40%로 나타나고 일반주사기를 사용한 경우 30~60%의 정맥염 발생률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신생아의 경우 사망, 패혈증, 정맥염 등의 합병증이 필터사용군은 18%, 미사용군은 48%의 높은 발생률을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한국간호조무사협회는 어린이, 노약자에게 앰플주사제를 사용할 때는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주사기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할 때나 약물을 투여할 때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그래서 식약처가 의약품 등을 허가할 때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코로나백신용 바이알이 5인분이라면 주사바늘을 다섯 번이나 찌르게 되고 그에 따른 고무부스러기 등이 주사액에 혼입될 소지가 크다. 그렇게 되면 인체에 이물질이 유입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정맥염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처음부터 코로나백신은 필터주사기로 접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필터주사기의 공급물량이 부족하거나 수급상의 문제가 있다면 영유아, 중환자, 노약자만이라도 필터주사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기부야 전문성이 부족하여 그렇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식약처는 코로나백신의 접종을 위한 LDS주사기의 생산독려보다 피접종자의 안전을 위한 필터장착 주사기생산을 준비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백신접종이 시작되는 시점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안전한 백신접종을 위한 필터주사기의 사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K방역의 명성에 걸맞게 충분한 백신 확보는 물론 백신피접종자의 안전을 위한 필터주사기를 사용함으로써 주사기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고 백신을 통한 코로나집단면역형성 조기달성의 모범국가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