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8 (목)

<김진수 칼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바란다

살충제 계란파문 계기, 식품안전관리 일원화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살충제 계란사태의 원인이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업무추진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임을 지적하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범정부적 종합관리의 식품안전 컨트롤타워 구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총리는 19일 농식품부를 방문해 ‘친환경 인증과 HACCP 마저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살충제 계란 사태가 진정되면 축산식품안전체계를 재점검하도록 장관에게 주문했다. 특히, 농축산물의 생산 단계부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의 뿌리를 제거하고 정부를 속이는 농가나 농식품부 퇴직자들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등 엄중한 조치를 당부했다.


2013년 정부가 식품안전관리일원화를 하면서 식약처가 농식품부의 축산물안전관리업무를 인수했으나 법적으로만 식약처로 이관했을 뿐 농축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검사조직 등이 식약처로 이관되지 않아 행정은 그대로 농식품부에서 보고 있다. 식약처를 격상시켜 총리실에 둔 것 자체가 총리의 힘을 빌어 식품안전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총리가 허수아비가 된 것이다.


이번 계란파동에서도 식약처는 산란계 농장을 검사할 인력도 없거니와 권한도 없어 말 그대로 반쪽짜리 식품안전컨트롤타워였던 것이다. 이같이 이원화된 안전관리 체계로는 앞으로도 식품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식품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식품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고를 미연에 막을 큰 틀은 역시 식품안전을 한 기관이 맡아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축산식품의 업무관할권을 두고 복지부와 농식품부가 서로 자기 영역이라고 우기며 관할권이 몇 차례 오고간 적이 있다. 지난 번 농식품부의 축산업무가 식약처로 이관되면서 상당 인력이 넘어왔으나 아직도 축산물의 관리는 농식품부에서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며 이관을 반대하고 있어 업무의 일부가 농식품부에 위탁형태로 남아있다.


그간 축산업무 관할역사를 볼 때 협의를 통한 어느 한 부처로의 일원화는 불가능하다. 정치권이나 통치권 차원에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식약처로 업무를 일원화한다면 중앙과 일선에 일할 수 있는 인력 보강과 각 부처 식품안전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가칭 식품안전본부를 신설하고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농축산물에 대한 친환경인증과 HACCP의 신뢰문제도 관계 공무원이나 민간전담기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농약재배 농산물을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인증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우수농산물관리제도 GAP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농산물이 병원성미생물,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안전하도록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친환경인증제도를 폐지하고 GAP로 대체해 소비자 모두가 농산물을 안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HACCP이 식품의 원료에서부터 제조, 보관, 유통까지의 안전을 모두 포함한다고는 하나 주로 제조공정에서 서너 군데 주요관리점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GAP는 농산물 등 식품원료의 생산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공정에서의 HACCP처럼 관리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GAP를 농무성이 아닌 FDA에서 관리하고 있고 주정부에서 현장을 관리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축산물에 대한 HACCP은 그동안 농식품부에서 관리해 오다가 최근 식약처로 이관했다. 축산농가가 HACCP인증의 시행을 반대하므로 시행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을 뿐더러 HACCP 실무자의 전문성도 문제였다. 1995년 이후 식약처에서는 HACCP을 적용할 경우 품목별로 우수제조시설기준 GMP와 주요관리점 CCP를 정해 시범사업을 거친 후 실무자교육을 병행해서 적용해 왔다. 근래 들어 식약처의 경우도 간편 HACCP 실시 등 HACCP의 본질을 벗어나고 있어 HACCP제도 자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총리실 소속의 식약처는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기관이다. 따라서 국무총리는 식약처가 기능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권에서 식품안전기틀을 반드시 확립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늘날 화두는 단연코 4차 산업혁명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의 미래 10대 혁신기술 중 암 진단 장비, 유전자 백신, 인간세포지도, 심장혈류 시각화, 공기 중 물 수집 등 보건의료기술의 개발 분야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


빅데이터, IOT, AI가 중요한 수단이긴 하나 컨텐츠가 부실할 때 4차산업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식약처는 4차 산업의 중요한 컨텐츠로 기능성식품, 신약, 의료기기, 화장품, 바이오제품 등 보건의료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허가하는 기관이므로 식약처가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나라는 부강할 것이고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이웃 일본은 2016년에 ‘일본판 NIH’를 만들어 보건의료의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국무총리가 중심축이 되어 총리실 소속의 식약처를 통해 식품안전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보건의료 신기술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식약처가 미래 한국이 나아갈 길을 열어갈 때 이낙연 국무총리는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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