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8 (목)

<김진수 칼럼> 식품안전일원화, 제대로 하자!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식품안전업무일원화’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아직 새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내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식품행정을 농식품부로 일원화하여 농장에서 식탁까지 한 부처에서 관장하는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선진국에서도 생산부처와 안전담당부처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현재 시스템으로 가되 오히려 농식품부에서 가지고 있는 안전관리기능을 식약처로 모두 이관해야한다는 등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동안 제기되어왔던 식품안전행정을 식약처로 일원화시켰다. 2013년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두고 농식품부가 가지고 있던 식품 안전 업무의 상당 부분을 식약처로 이관시켰다. 식품산업업무는 농식품부에서 관리하고 식품안전관리업무는 식약처에 맡겼다.


새 정부에서는 식품안전업무일원화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어느 부처에 업무를 맡기는 결정이라기보다 어떻게 해야 만이 국민 식생활에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농림식품부 측의 불만을 들어보면 식품위생과 안전을 구실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식품산업 육성에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이다. 식품의 안전은 뒷전이고 오직 생산자만을 위해서는 농림식품부에서 모든 식품행정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FDA가 설립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도 식품행정을 농림부에서 담당해 왔다. 그러나 1900년대 초 유럽에 수출한 미국의 식육에서 세균이 검출되자 수출품이 미국으로 회송되면서 미국 의회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식품안전업무를 농무성에서 분리하여 FDA를 별도로 설립하고 1930년대부터는 보건담당부처에서 FDA를 관장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도 1996년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자 농무성에서 식품안전업무를 분리하여 독립기관인 FSA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EU에서도 별도로 EUFSA를 설치하여 식품안전업무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영국의 광우병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 생산부처에서 안전관리 기능을 분리시키고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식품안전체계를 확립시켜 나가는 추세이다.


구태여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한다면 선진국은 안전에 대해 보다 엄격하다는 것을 내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식품안전은 그냥 깨끗하면 된다는 식의 식품위생규정이었지만 1995년도부터 HACCP제도를 도입하여 과학적으로 식품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일본보다 먼저 그리고 미국과는 거의 같은 시기에 도입되었고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계기가 되고 있다.


농산물의 과학적 안전관리를 위해 농림식품부에서 2000년대 초에 GAP제도를 도입했으나 그 시행이 지지부진한 것도 식품의 안전보다는 생산자의 편익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례로 본래 HACCP제도를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할 대상 식품은 상하기 쉬운 식육제품인데 농림식품부에서는 축산업자들의 주장에 밀려 도축장과 식육의 HACCP제도 도입을 임의로 적용하여 왔다.


그러나 식약처에서는 발효식품으로 잘 상하지 않는 김치까지 HACCP을 의무 적용하는 등 오직 식품안전에 초점을 두어 관리하고 있다. 2013년 식육제품이 농식품에서 식약처로 이관되자 지금은 거의 모든 식품에 HACCP을 의무적용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식품안전업무일원화를 했다면 새 정부에서는 명실상부한 식품안전업무일원화를 확립해야한다. 생산부처에 식품안전을 맡긴 결과 그동안 해마다 AI, 구제역 등의 사건·사고를 발생시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생산자의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위탁한 농축수산물 생산단계의 안전관리, 농장·도축장·집유장의 위생 및 품질관리, 동물방역위생업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제도, 원산지 표시 관리 등의 식품안전관련 업무도 모두 식약처로 이관해야 한다.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생산자 측의 말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말고 미국과 일본이 식품안전을 위해 조치한 정부의 구조개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2004년에 동물방역위생업무를 소비자청으로 이관하였고 미국은 GAP 업무를 처음부터 FDA에서 관리하고 있다.


새 정부는 제대로 된 정부조직으로 개편하고 갖추어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개편이 한동안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 나라의 식품안전이 더욱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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