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8 (목)

<김진수 교수> 무상급식, 졸속행정 결정판?

학교 무상급식시행을 둘러싼 찬반투표로 서울시장이 교체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경기도지사가 내년도에 도의 예산 형편상 학교 무상급식은 할 수 없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격인 학교무상급식정책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정책 중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경제사정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 복지시책을 강화하려 해도 정부의 재정지출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복지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지난 번 대통령선거과정에서 각 캠프의 공약을 보면 여야후보 가릴 것 없이 각종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보편적 복지혜택을 받게 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대상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공짜로 준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양 진영 대통령후보가 당선을 위해서는 상대후보보다 더 나은 복지공약을 약속하기에 바빴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나라의 경제가 거덜 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형편은 뒷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혜택을 줄 수 없는 정부의 재정형편이라면 보다 효율적인 선별적 복지를 선택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재정형편이 어려운 상황 속에도 구태여 보편적 복지로 가겠다면 세수를 늘리거나 다른 분야의 정부예산을 줄여야 한다. 복지시책의 시행은 한 번의 재정지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정부가 재정지출을 떠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경제체제 하에서는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결단에 의해 복지정책이 선별적 복지에서 무리한 보편적 복지로 발전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2010년 1월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서 학교급식은 전면적인 직영급식으로 전환됐고 아울러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만 도움을 준다는 낙인효과도 없어졌다.


반면, 법이 졸속적으로 처리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민간전문급식업체에 의해 경쟁적으로 이뤄졌던 급식의 질적인 개선의 길이 막혔고 이름뿐인 친환경급식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급식예산의 증가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재정은 공교육의 부실을 가져오고 지자체가 시행해야 할 다른 사업도 포기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무상급식의 예산부족은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과연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대상으로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복지정책이냐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너무 커서 이보다 긴급하게 시행해야 할 복지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의 선별적 복지나 기존에 시행 중인 복지정책도 정부재정 부족으로 구멍 난 복지정책을 국민의 인기영합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에 국민과 정부가 휘둘리고 있는 꼴이다.


국민의 재산과 소득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의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식의 보편적 복지는 나라의 경제력이 뒷받침할 때 가능하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정부의 복지 분야 재정지출은 해가 갈수록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선순위가 낮은 복지정책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고자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국민과 기업의 경제사정도 어려워 세수의 부족이 예상되고 더 긴급하게 재정지출이 요구되는 분야가 있다면 무상급식을 비롯해 각종 복지공약의 시행은 재검토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각종 복지시책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대상을 선별적으로 정하고 재정여건에 맞추어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옳다. 도민들의 반대가 예상되고 인기가 없을 줄 알면서도 용기 있게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도지사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중앙정부에서도 앞으로 시행할 복지시책에 재정적인 문제는 없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보편적 복지정책의 시행을 위한 국가복지청사진을 마련하여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의 선심성 복지공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도 소위 베버리지식 사회복지마스터플랜기구를 설치하여 미래 복지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무상급식 중단여부와 관련해서 우려되는 점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아무리 현실에 맞는 예산을 요구해도 국회나 지방의회가 예산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복지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보다 냉철한 판단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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