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조사를 맡고 있는 ‘농산물 소득조사’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개선안마저 졸속으로 추진돼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필요 예산과 조사전문요원 추가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사방식을 변경해 통계의 일관성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통계청과 농진청, 산림청은 농산물과 임산물에 대한 소득 관련 조사를 각각 실시해 정부통계 포털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농진청은 농산물 소득조사, 통계청은 농산물 생산비조사, 산림청은 임산물 생산비조사를 맡고 있다. 농진청의 농산물 소득조사는 통계청이 조사하는 농축산물 12개를 제외한 115개 농산물의 총수입, 경영, 소득, 노동시간 등을 조사 분석한다.
농진청은 통계청의 농산물생산비조사가 연간 7만건이 활용되는 반면, 자신들의 농산물소득조사는 국가통계포털과 농진청 홈페이지를 통해 연간 11만건이 조회되는 등 조사활용도가 통계청보다 더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농진청 자료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부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을)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농산물소득조사 작목별 상대표준오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승인통계 조사 작목 53개(통계청 승인) 중 42개(79.2%)가 권장 상대표준오차인 5%를 초과하고 있다. 심지어 시금치, 유자, 국화, 4년근 인삼 등 4개 작목은 상대표준오차가 10%를 넘어 통계적 유의성이 매우 낮은 상태다.
농진청의 농산물소득조사와 달리 ‘통계청의 농산물생산비조사’와 ‘산림청의 임산물생산비 조사’는 상대표준오차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까지 농진청은 조사대상 농가 5300호 중 1000호는 경영기록조사방식을, 4300호는 연 2회 면접방식으로 조사를 해왔는데 면접조사가 주로 농가의 기억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신뢰도 저하의 요인이 돼왔다.
작목당 표본 수도 작아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결여됐다. 농진청 조사의 1개 작목당 표본 농가 수는 평균 79호인 반면, 통계청은 평균 217호, 산림청은 평균 233임가를 표본으로 삼아왔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진청은 올해부터 기존에 4300호를 대상으로 시행했던 면접방식을 폐지하고 조사대상 5300호 전체를 기록조사방법으로 변경했다. 승인통계 조사 대상인 53개 작목의 표본수도 대폭 늘려 상대표준오차 5%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2명의 전문조사요원이 연 6회에 걸쳐 농가가 작성한 경영기록장을 지도․점검하도록 했다.
그러나 농진청의 개선안은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 졸속개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조사요원 22명은 늘리지 못한 채 면접방식에서 경영기록 조사방식으로 바꾸면서, 조사요원은 하루 평균 12곳의 농가를 방문해야 한다. 시군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교체가 잦은 탓에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농진청은 작년 12억원 수준이었던 예산을 올해 17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늘어난 예산으로 농가사례비와 조사요원 여비를 올려줬다. 그러나 내년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1억원이 감액됐다. 사업은 확대하면서 예산은 축소한 것이다.
박 의원은 “가뜩이나 의문이 제기돼 온 농산물 소득조사가 졸속으로 개편되면서 통계의 신뢰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인력과 예산이 동반되는 조사방법을 추진함으로써 정부기관의 통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