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전문 기업임을 주장하는 파리바게뜨가 ‘재벌딸 빵집진출’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 부인으로 현 코오롱그룹 이동찬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이미향씨는 허인영 회장에게 시집 와 ‘파리크라상’(현재 파리바게뜨의 회사명)이라는 빵집을 창업했다.
이씨는 1980년대 말 베이커리 가게를 내보자고 제안해 ‘파리크라상’이라는 빵집을 오픈한 것이 오늘날 매장수 3200여개 가량의 거대 빵집으로 탄생하게 됐다. 2위 뚜레쥬르는 1270개에 불과하다.
이씨는 초기에 자신의 돈을 들여 구반포에 베이커리를 열고 ‘파리크라상’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 점포가 예상 외로 성공을 거둬 동부이촌동점까지 열었는데 두곳 모두 장사가 잘됐다. SPC그룹이 이들 점포에서 베이커리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해당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씨가 파리바게뜨의 원조 1호점을 만든 것은 지난해 8월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확인됐다.
당시 경찰 수사는 이씨의 개인 점포인 파리크라상 구반포점과 동부이촌동점 때문이었다. 즉 직영점이 아닌, 이씨 개인 점포에 ‘파리크라상’ 이름을 단 것을 이상히 여긴 것이다.
SPC그룹 측은 그 당시 “원래 ‘파리크라상’이란 이름을 처음 쓴 인물이 바로 이미향 감사로 엄밀히 말하면 이 감사에게 브랜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 빵집의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을 회사 직영점에도 붙이면서 브랜드 사용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미향씨가 ‘재벌딸 빵집진출’의 원조라는 것이 명확해 진 셈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그 당시 무협의로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
파리바게뜨는 상미당을 내세워 오로지 빵만 해온 기업 역사를 강조하며 최근 동네빵집 대변 단체인 대한제과협회와 극한 대립을 속에 갈등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현재 수준에서 더 확장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누가 봐도 베이커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사업자로 매출만 1조5000억원이다. 수입브랜드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 잠바주스 등을 합친 매출은 3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자신을 대기업이 아닌 냥 동네빵집과 골목상권 이슈에 나몰라라 하는 태도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가 확장자제를 선언했듯이 파리바게뜨도 시장 1위 사업자 답게 동반성장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동네빵집들이 문을 닫거나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상 뚜레쥬르 보다는 파리바게뜨의 무분별한 매장 확장이 더 문제”라며 “이미향씨가 시집온 후 직접 파리바게뜨를 창업했고 또 지금도 자신 명의로 복수 매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다른 재벌딸 빵집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