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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돌기념 축사]이문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식품안전관리 정착 위해 정론 펴 주길

푸드투데이의 창간 11주년을 축하합니다. 그 동안 식품안전 지킴이로서 정론을 펼쳐 정부의 정책을 제안하거나 비판하면서, 건전한 식품산업을 육성하고,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되어 총리실로 이관되면서 식품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겠다고 합니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푸드투데이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차제에 식품안전처 출범에 부쳐 필자의 몇 가지 우려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당선인은 식품 안전관련 소통 전담조직 설치, 식품안전정보망 구축, 식품 유해기준 통일, 이력추적시스템과 식품표시제 확대 등을 통하여 부정•불량식품을 근절함으로써 식품 안전 강국을 구현하겠다고 공약하였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식품 안전관리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여 식약처로 하여금 식품 안전관리의 지휘, 통제 역할 뿐만 아니라 집행 기능의 일부 검역, 검사업무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과히 혁신 아니 혁명적인 발상입니다.

이와 같은 추진 방향이 타당한지 국제기구의 권고사항과 선진국의 사례로 축산식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자 합니다. 
 

광우병 발병 이후 국제기구에서 권고한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원칙은  1.소비자 중심으로,  2.투명하고 신속하게,  3.과학적이면서 합리적으로, 4.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성있게 전문가 집단이 중심이 되어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식품안전 관리의 핵심 용어는 Risk입니다. 여기서는 Risk를 위험으로 표기하겠습니다. 과학적인 식품안전 관리는 위험평가(Risk assessment),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위험정보교류(Risk communication)로 대별됩니다.


국제기구는 위험평가와 위험관리는 별도의 기관에서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위험평가의 결과는 “우리나라에서‘갑’이라는 발암물질이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의 식품을 평생 동안 먹고 암에 걸릴 확률은 인구 백만명 당 한명이다.”와 같이 확률로 표시됩니다.


이 위험평가의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관리 수준과 우선 순위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위험관리란 국내에서 생산된 혹은 수입된 농,수,축산물에 대하여 미생물 오염검사, 유해물질에 대한 잔류검사 등을 실시하고, 이력추적(Traceability)을 통하여 현장에서 원인을 분석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취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이력추적을 통하여 교정 행위를 수행해야 식품 안전성이 증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제기구에서는 위험관리를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성있게 관리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위험정보교류는 식품 안전성을 관리하는 주체, 즉 국가기관, 생산자, 가공업체, 소비자 사이에 식품 안전성과 관련된 국내외의 정보를 신속, 투명하게 교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해식품 생산을 차단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의 식품안전 관리 체계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면의 제약으로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어 유형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식품 기준과 규격 그리고 위험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별도의 기관을 농정관련 부처 밖에 설치하거나, 보건관련 부처에서 수행하는 국가가 있고(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농정 부처 안에 식품 기준과 규격, 위험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과 위험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는 나라(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고 식품의 규격, 기준 설정 업무만 다른 부처에서 수행하고, 위험평가와 위험관리는 농정 부처에서 관리하는 나라(미국)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위험관리 업무 즉, 검역, 검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조치 등의 업무는 농정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식품 생산에서 소비까지 일관성있게 관리하여야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이력추적이 용이하여 식품 안전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견 상 광우병 파동으로 크게 곤욕을 치른 영국의 사례를 따라 갈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광우병이라도 발병하였나요? 아니면 중국에서 처럼 멜라민 유우로 어린이 수 만 명이 희생되었나요? 그래서 생산 부처에 식품 안전업무를 맡기면 불안하기 때문인가요? 우리국민이 식품안전성에 대하여 불안해하는 이유는 과거 우지 라면사건, 콩나물 농약사건, 불량 만두소 사건, 포르말린 번데기 사건, 최근 라면의 벤조피렌 사건 등 해프닝성의 사건이 되풀이 되었던데 기인합니다.

 
식품안전 정책은 사건이 아니라 식중독 사고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식품 안전성은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점차 조금씩 향상됩니다. 혁명적인 방법으로 개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여 정부는 신뢰를 잃고, 소비자는 건강 상 피해를 생산자는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범법자로 취급되어 반발만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축산식품은 고영양 고급 식품입니다. 그렇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고위험 식품이기도 합니다. 축산식품은 생산 단계에서 위해요소를 철저히 관리하고 위생적으로 도축하면 일정 부분 안전성이 확보됩니다. 또 가축 방역과 축산식품 안전성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축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축산식품 안전성도 위협받습니다.


1998년부터 축산식품에 대한 위험관리 업무가 농식품부로 이관된 이후 오염 미생물 수와 잔류 위반 사례가 놀라울 정도로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HACCP의 자율적인 도입을 유도하고, 일관성있게 전문 조직에서 전문 인력이 관리하면서 이력추적으로 그 원인을 밝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에 동참하는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도에‘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 산하에 관계 장관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신설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하부조직이 없어 그 효용성이 의심받고 있었습니다. 마침 인수위에서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시키고 총리실 산하로 이관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참 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식약처로 하여금 기존에 수행하던 식품 기준과 규격 설정 등의 업무는 그대로 수행하되, 타 부처에서 수행하는 안전관리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업무를 강화하고, 위험평가와 위험정보교류 업무를 총괄하게 하면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기능을 살리는 명실상부한 식품안전 관리 지휘 조직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라는 혁명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만 축산식품 안전관리는 또 이원화되었습니다. 이제 식약처는 국민으로부터 보검을 하사받은 격입니다. 이 보검으로 야채도 썰고, 생선도 다듬고, 식육을 저미는데 써서는 안됩니다. 냄새만 풍깁니다. 권위를 상실합니다. 그렇게 되면 총리나 대통령에게도 짐이 됩니다. 식품안전 정책은 안심정책입니다.


먹거리는 신성한 것입니다. 절대 협오의 대상이 아닙니다. 자칫 단속 위주의 정책을 펴다가 먹거리를 두고 부처 사이에 네탓 타령을 해서는 안됩니다. 국민이 불안해 합니다. 그것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땀이 배어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식약처로 축산식품 안전관리의 업무 일부가 이관된다면 도축장, 동물약품, 농약, 사료 안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합니다. 도축장은 인수공통질병을 비롯한 가축 질병 예찰과 축산식품 안전성 확보의 핵심 거점입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주관으로 도축장 HACCP운영수준평가를 실시한지 6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안전관리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미흡합니다. 구조조정에 정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광우병이나 우유 멜라민 사건은 사료 안전관리의 부실에 기인하였습니다. 잔류 항생제나 농약은 우리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위험관리는 지자체의 도움없이 불가능합니다.


수의분야의 경우 시도 가축위생시험소(지자체 마다 이름이 각기 다름)에서 방역업무와 식품안전 관리 업무를 같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이 붕괴되면 가축 질병 방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검역 시행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 축산물을 통하여 해외악성전염병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악성 가축 전염병 발병으로 직접 경비 5조원 이상 피해를 입었고, 가축 매몰로 환경에 크게 부담을 주었습니다.


악성 가축전염병이 만연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지혜롭게 대처하리라 믿습니다. 이제 식품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부정, 불량식품도 근절하여, 식품 안전 강국을 구현하고 나아가 진정한 국민 행복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푸드투데이 창간 11주년을 축하하며, 식품 안전관리가 빨리 정착되도록 정론 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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