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밥상물가를 잡겠다며 1600억원이 넘는 관세를 지원해 10만톤의 소고기를 무관세로 들여왔는데, 기재부의 할당관세 효과분석 결과 물가안정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무리한 할당관세 정책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수입업자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2022년 7월말부터 수입산 소고기 10만톤에 지원한 관세지원액(추정치)은 5 개월간 총 1,654억원이다. 10~16% 수준의 미 · 호주산 소고기의 관세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해 0%로 들여오게 해 준 것으로 수입소고기 수입가격 인하로 수입소고기에 대한 소비자가격을 낮춰 물가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관세지원액 1,654억원은 해당연도 농축수산물 할당관세품목 중 가장 많은 지원액이며 수입산 소고기에 무관세를 적용한 것은 수입개방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0만톤은 연간 국내에 생산되는 소고기 26~28만톤의 3분의 1이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기재부에서 KDI 에 의뢰해 할당관세 효과를 분석한 비공개 보고서 '2022 년도 할당관세 지원실적 및 효과분석'에 따르면 할당관세 수입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가격 반응을 분석한 결과 소고기 수입가격이 1% 하락하는 경우 약 1년에 걸쳐 천천히 최대 0.12%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지원액의 12%만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나머지 88% 는 수입 · 유통업자가 가져갔다는 의미다. 게다가 1년에 걸쳐 천천히 하락했다는 것은 사실상 1,600억원의 관세지원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하락에 쓰이지 않고 수입 · 유통업자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소고기 할당관세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입소고기 가격이 더 오른 통계도 확인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냉동갈비의 경우 소비자가격이 2022년 7월 100g당 4,277원에서 8월 4,284원, 9월 4,271원, 10월 4,340원, 11월 4,232원으로 4개월간 대체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할당관세가 국내 물가 인하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수출국에서 할당관세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수입업자가 관세인하분을 소비자가격에 적극 반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수입소고기의 유통실태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어 이들 수입소고기를 비축 후 시장가격이 좋을 때 방출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국내 축산 농가는 지속적으로 수입축산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생산기반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값싼 수입소고기가 국내에 들어와도 이중 시장 형성으로 국내 소고기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아 농가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수입소고기 가격은 그대로인 반면 국내 소고기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국내 소고기 가격 확인 결과 등심 1등급 기준 kg당 도매가격은 2020년 평균 19,891원에서 2021년 21,169원으로 상승했다가 무관세 소고기가 수입된 2022년에는 평균가격이 19,018원으로 폭락했다.
국내 축산물 자급률은 1990년 81.6%에서 2022년 63.9%로 17.7% 하락한 상황이다.
임미애 의원은 “효과도 불분명한 할당관세가 물가는 못잡고 우리 농업의 생산기반만 흔들고 있다. 수입업자 배만 불리는 할당관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