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내달 7일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긴장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에 대형 금융사고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직속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못지 않게 정무위원회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처음 열리는 국정감사는 여소야대 국면 속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셀 전망이다. 금융사고와 관련해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문제점과 경제사업 성과 부진에 대한 현안이 대거 다뤄질 예정이다.
◇경제사업 성과 부진...지난해 영업이익 28.6억원 손실, 자본금도 감소
국회입법조사처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와 지역농협, 개별 지역조합 출자로 설립된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 등을 중심으로 농자재 구매에서 농산물 유통 현대화, 판로 확장 등 다양한 경제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등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조합원 이익 실현을 위한 그 자체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농산물 수급안정이나 농업 생산요소 공급 등 정부 정책사업과 긴밀히 연계되는 공익성을 띤다. 다만 일반기업과는 다른 협동조합적 경영을 지향하다 보니 가령 농협경제지주의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이익이 2022년 31.5억 원으로 경제지주로의 사업이관이 완료된 2017년(954억 원)의 3.3% 수준에 그친 데 이어 2023년에는 28.6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 또한 2023년 5조 4182억 원으로 2017년보다 5.6%가 감소했다.
농산물 출하의 규모화와 연합화 등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된 조공법인 제도도 2023년 말 기준 121개소, 총사업량 5.3조 원 규모에 이를 만큼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뤘으나 2022년 기준 적자 법인이 46개(33개소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고 운영의 투명성 문제나 지역농협과의 사업 중복 추진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는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지역농협의 경우 경제사업의 내실을 논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위축 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준조합원의 증가로 협동조합의 정체성 혼란과 전업농 조합원의 이탈이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참여 조합 간 공동이익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최근 전국 8개 농협 김치공장을 통합해 출범한 ‘한국농협김치조공법인’ 사례처럼 농산물 가공 부문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규모화와 통합 브랜드화를 적극 추진하고, 도시지역 농협의 판매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농협 내부의 제도적 인센티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협금융 금융사고 올해만 4건..."농협 지배구조와 연관 있어"
농협 경제사업은 2011년 3월 31일 단행된 이른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농협중앙회-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사업구조를 재현했다.
본래 농협의 ‘신경분리’는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하느라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오랜 비판을 근거로 추진돼 오다, WTO 체제 출범 이후의 개방화 물결과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의 금융산업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모두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결행됐다.
성격을 달리 하는 양 사업 간에 인력 이동이 잦은 구조 하에서는 전문적 역량을 쌓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협동조합의 발전 자체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신경분리 도입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았고, 이같은 지배구조 문제점으로 인해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에 대한 질타는 농해수위 뿐만 아니라 정무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와 중앙회의 지배구조 연관성을 따지기 위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증인 출석 요청도 예상된다. 강 회장이 정무위에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농해수위와 함께 두개 상임위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
농협금융의 적발된 금융사고는 올해만 4건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5일 109억4700만원의 대규모 배임사고를 공시했는데, 배임추정 기간이 무려 4년이 넘었다. 지난 5월에는 6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했다.
정무위는 농협의 금융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농협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회 소속 인사가 농협금융 계열사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낙하산식으로 이동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한 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정무위에서 금융기관 내부통제 제도가 국감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문제점과 대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연이어 금융사고가 터졌다"며 "이번 국감에서 사방에서 강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여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강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