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 피해대책으로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억지명분 기업 뜯어먹기', '실효성 없는 대책' 등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 피해대책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1조원의 기금을 조성키로 하는 등 10개 사항에 합의했다.
또 피해보전직불제의 보전비율을 현재 90%에서 2016년부터 95%로 인상키로 했다.
밭농업 고정직불금 중 한미 FTA 26개 품목이 아닌 기타 작물에 대한 직불금에 대해서도 현재 헥타르(ha)당 25만원에서 2016년부터는 40만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2017년부터는 4년 간에 걸쳐 전체 품목의 단가를 매년 헥타르당 5만원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0년에는 헥타르당 60만원으로 정했다.
김무성 대표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중 FTA 외에 다른 FTA도 처리해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극복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한중 FTA로 인한 피해를 볼 분야에 대한 보완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는 "한-중 FTA에 대해서 여야정 협의체에서 접근을 많이 이룬 것에 대해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FTA를 체결하더라도 충분한 법안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에 한-중 FTA에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1조원은 덕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최소한 2배로 올려 매년 2000억원씩 10년간 총 2조원은 조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들은 이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기부를 하고 있다"며 "농어업 피해대책 기금조성도 이것을 벤치마킹해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기업에서 이중으로 기금을 내겠느냐, 기업이 과연 충당할 수 있겠냐"면서 1000억 조성은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000억 조성이 안된다면 정부가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해놓고 투입하지 않은 것이 부지기수다"라고 비난했다.
또 "농협, 수협 등 공기업도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했지만 농협이나 수협은 피해를 보는 농어업인들의 집합체, FTA로 피해를 보는 기관"이라고 꼬집으며 "결국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익 공유제는 자율이란 이름으로 기업으로부터 준조세식으로 돈을 뜯어 기금 만들면 FTA 하나 마나다"라며 "달래고 퍼주고 하다보면 종국에는 국민 정신도 갉아먹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에서 최근 이 정도로 농업개방을 하면 1년 생간감소가 170억원이라고 했는데 정부에서는 10년 안에 4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며 “그럼 1년에 480억원이면 생산 감소량의 거의 3배를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건 참 건전하고 합리적인 균형감각을 무너뜨리는 일이 아닌가”라며 “이런 일에는 적극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이번 한중 FTA의 경우, 우리 농민이 피해를 입는 민감한 품목은 모두 개방대상에서 제외됐고 그에 따라 중국이 요구하는 공산품도 상당수 제외돼 상당히 자유도가 낮은 FTA답지 않은 FTA라고도 말할 수 있다"며 "이렇게 농촌 민감 품목이 사실상 다 제외됐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명분 삼아 기업으로부터 뜯어내는 것은 기업을 착취하기 위한 억지 명분 만들기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금 농림부의 예산을 보면 대부분이 농업에 들어가는 보조금 예산으로 이 보조금 예산이 이중ㆍ삼중ㆍ사중으로 돼 있다”며 "죽어가는 한국 농업을 보조금으로 연명시키고 있는 것인데 이런 정책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무역이득공유제든 피해 보전을 위한 기금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제도"라며 "기존의 FTA 피해 보전 대책들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아무 근거도 없이 기업들에게 또다시 돈을 걷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비준동의안은 찬성 196명, 반대 33명, 기권 36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중 FTA는 비준을 위한 양국내 행정적 절차를 밟아 금년내에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