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 5월 유명 의사 Y씨가 운영 중인 병원에서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하면서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식욕억제제, 하루에 4589명이 60만 2400개 처방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비례대표)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해 식욕억제제가 2억 25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112만 60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처방량과 환자 수를 하루 단위로 계산해보니 식욕억제제가 하루에 3086명 이상의 환자에게 61만 6600개가 처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살펴보니, 1억 96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83만 5000명으로 하루 평균 4589명이 60만 2000개 이상을 처방받고 있는 꼴이다. 작년보다 하루 평균 처방량은 줄었지만 처방 환자는 48%(1,503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작년 환자 한 명이 1년에 6037개 처방받아
8개 의료기관 돌며 54번 5346개 처방받은 환자도 있어
환자의 식욕억제제 의료쇼핑과 과다처방 요구가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윤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체출받은 ‘2023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30명 환자’를 확인해 보니, 환자 A씨는 지난 1년간 식욕억제제 총 6037개를 단 1개 의료기관에서 24번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8개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총 5346개를 54번 처방받았다.
올해는 1번의 진료로 평균 635개의 식욕억제게를 처방받은 사례도 있었다. 환자 C씨는 6개월 동안 4번에 거쳐 2540개를 처방받았다. 이 세 사람의 경우 식욕억제제의 불법판매 혹은 오·남용이 매우 의심되는 사례이다.
식약처는 2020년 8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에 권고하고 있지만,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으로 가이드라인을 어긴다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총 4만 860명의 청소년이 378만 2000개를 처방받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이다. 마약류로 지정되어 관리 중인 식욕억제제는 과다복용 시 불면증이나 환청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심장이상, 정신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식욕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383건으로 2020년 190건에서 2021년 316건, 2022년 319건, 2023년 342건, 2024년 6월 21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작용이 심각함에도 식욕억제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처방량 가장 많은 상위 30명 의사가 전체 의원 처방량의 30% 이상
다이어트 성지로 소문나면 과도한 처방... 치과서도 환자 1인 1920개 처방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 종은 의원급으로 전체 처방량의 97% 를 차지하고 있다. 처방량이 가장 많은 의사 30명은 모두 의원급에서 근무했고 그들의 처방량과 처방 환자 수를 살펴보니 지난 1년간 식욕억제제의 처방량은 67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27만 4000명 이상으로 전체 처방량의 30.5% 이상, 전체 환자 수의 25.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의 처방량이 전체 처방량의 1/3을 차지하는 셈이다.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식욕억제제를 처방한 의료기관은 충청남도 보령시에 소재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며, 2만 7549명의 환자에게 793만 2444개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소위 ‘다이어트 성지’로 알려진 가정의학과로 추정된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환자 1명에게 가장 많이 처방한 의사는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치과의원 소속으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치과의사는 2023년 기준 환자 1명에게 1920개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했다. 이제는 비만치료와 아무런 상관없는 치과에서도 식욕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보면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과다한 처방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수 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4주 이내의 단기처방이 기본이며, 1일 권장 투여량은 1~3정이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추가 처방이 가능하지만, 부작용 위험을 고려하여 총 처방 기간은 3개월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식약처에서 권고하고 있음에도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꼴이다.
이에 대해 김윤 의원은 “식약처가 올해 6월부터 의사가 환자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펜타닐에 대한 투약만 확인할 수 있어 마약류 식욕억제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환자의 과도한 의료 쇼핑도 문제이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을 처방하는 병원에 대한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2018년부터 구축돼 시행돼 왔음에도 여전히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하며, “마약류 식욕억제제 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 등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