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 대공청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대다수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급식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방사능 검사 조례 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번 토론회는 ‘김형태 교육의원실’, ‘최홍이 교육위원장실’, ‘녹색당’, ‘방사능시대 우리가 그린 내일’,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녹색당, 방사능시대 우리가 그린 내일,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청원한 서울시 학생 및 학교 급식,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재료 사용에 관한 조례 제안서의 주요골자는 ▲학생 및 학교 기관에서 급식으로 제공하는 수산물들에 대해 주요 핵종인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및 스트론튬, 플루토늄의 정기 검사를 년 4회 이상 실시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유효자리 한자리까지 공개하고 학부모에게 통보 ▲학생 및 학교 기관의 급식 관련자들에게 정기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을 실시 등이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일본산 방사능 식재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나 관계기관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인접국인 중국이나 대만, 홍콩 등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까지 하고 있는데 최인접국의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소한 방사능 오염 검사 확대와 위험 경고, 고등어나 명태 등 일본산 수산물은 수입금지 조치하고 주의 사항이나 대처 요령이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는가?”라며 비난했다.
이어 "농산물의 경우 농약 잔류검사를 하고 있지만 수산물에 대해서 방사능 잔류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학교는 여전히 방사능 식재료에 무방비 상태로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소중한 우리아이들의 건강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주제 발제자로 나선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대교수는 "정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고 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방사능에 의한 식품 오염 문제는 앞으로도 수 십 년 정도 지속될 장기적인 문제이니, 정부나 교육기관 등은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음식으로 인한 피폭량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표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방사선에 취약한 영·유아나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수산물부터 점검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라며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간사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수산물의 경우 일본의 방사성물질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며 "조례에는 방사능 오염조사와 정확한 정보에 대한 공개가 필수적으로 담겨야 하며 아이들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 별도의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미숙 한살림서울생협 식생활위원회 위원장은 “식품의 방사능 물질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급식에는 국가 기준이 아닌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며 어떤 식품을 어떤 방식으로 검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선경 방사능시대 우리가 그린 내일 운영위원은 “우리 정부는 일본이 주는 한정적인 정보만으로 위험성을 가늠하고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안일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에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 강화 ▲방사능식품 비상대책부서 마련 ▲방사능검사 장비와 인력 확충 ▲식품의 방사능기준치 강화 ▲방사성 스트론튬과 플루토늄의 기준치를 정하고 검사항목에 추가와 같은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는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핵 없는 세상 등 18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본의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으며 일본산 대구, 명태, 방어, 생태, 코다리 등이 학교 급식에 납품되고 있다"며 "미국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따르면 똑같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섭취했다 하더라도 성장기의 유아 및 어린이들에게 더 치명적인데, 정부의 무대책 속에 방사능 피폭에 가장 취약한 유아와 어린이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서울시의회에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세슘이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며 그대로 국내에 유통시키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식품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광역교육청도 13곳이나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폭에 취약한 유아와 어린이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하루빨리 급식 단계에서라도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