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2003. 7. 10. 저녁부터 오심, 상복부 통증과 경미한 두통이 있어 2003. 7. 11. 07:50경 △△병원에 내원하였고, 위장 질환으로 진단받고 그에 관한 약과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원고는 2003. 7. 12. 08:33경 발열,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면서 피고 1이 운영하는 의원에 내원하였는데, 피고 1은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질환으로 진단하고 해열제, 트리민당의정 4㎎ 등을 처방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집에서 잠을 자다가 땀을 흘리며 우는 등 증상을 보였고, 13:00경 부모가 깨우려 해도 일어나지 못하고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원고의 부모는 같은 날 15:00경 피고 1에게 전화로 문의하였고, 피고 1의 권유로 2003. 7. 12. 17:50경 피고 ○○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주요 증상은 ‘13:00경부터 웃다 울다가 말이 어눌해짐’이고 체온은 정상이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원고의 과거력과 증상을 조사하여 추체외로증상, 뇌수막염 의증, 뇌염 의증으로 진단하였는데, 원고가 같은 날 19:00경 열이 나자 해열제와 항생제 등을 주사하였다. 다음 날 07:20경 원고가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여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다음 뇌압을 낮추고 뇌염 치료를 위한 약물을 처방하였고, 뇌염 의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의증으로 진단하였다.
피고 병원이 2003. 7. 13. 실시한 검사에서 원고에게 뇌병변이 인지되고 뇌척수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독되었다. 원고는 2003. 7. 21. □□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여 40일 동안 치료를 받은 다음 다시 피고 병원 소아과를 거쳐 재활의학과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등 치료를 계속 받았으나, 뇌병변 후유증으로 상하지의 근력저하와 강직, 언어장애, 과잉행동 등의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다.
일반적으로 추체외로증상에서는 환자가 이상운동증(떨림, 진전, 중심 이상, 무도증 등)에 해당하는 증상과 징후를 많이 호소하고 관찰되나, 감염성 질환인 뇌염이나 뇌수막염에서는 고열과 두통, 경부강직을 더 많이 호소하고 관찰된다. 감염성 질환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주어 후유장애를 동반하게 되기 때문에 시급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응급질환이다(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인 고등법원은 피고 1이 소아에게 투약이 금지된 트리민당의정을 처방한 것이 진료상 과실이라고 보면서도 이러한 과실이 이 사건 장애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고, 상고심인 대법원에서는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판시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법원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문제 된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인과관계는 손해배상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즉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설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 판례는 의료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에서 인과관계를 부정한 전형적인 사례다. 인과관계의 인정에서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